오피니언 사설

비리 사학과 사학법 재개정은 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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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이번 발표가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추진한 개정 사학법을 합리화하는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감사는 처음부터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학들을 억누르기 위한 '기획 표적감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감사원이 최종 발표보다 석 달 앞당겨 이 시점에 중간 발표한 것도 '정치적'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여야는 다음달 개정 사학법 시행을 앞두고 재개정 문제에 대해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최근 개정 사학법 불복종 운동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여당을 지원하기 위해 론스타.황우석 파동과 같이 시급한 사안이 아닌데도 서둘러 중간 발표한 것이 아닌가.

거듭 강조하지만 사학 비리는 척결돼야 한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 강제 도입, 임시 이사 파견 요건 확대 등 사학의 자율과 존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개정 사학법은 이와 별도로 봐야 한다.

감사원이 전체 사학을 뒤져 형사 고발하는 비리 사학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학 전체를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오히려 교육당국에 책임을 묻고 싶다. 지금까지 왜 이런 비리 사학들을 수수방관해 왔는가.

개정 사학법의 후유증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교육 사업.투자를 왜 하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된다고 한다. 사학 자율을 높이는 대신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것이 순리이고, 민주주의 시대에 합당한 정책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미 여당에 사학법 재개정에 타협하라고 권고했다. 거부했던 여당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혼났다. 이러고도 여당은 아직 독선을 버리지 못하는가. 그것은 여당뿐 아니라 우리 교육계와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