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이 정치권에서 큰 파장을 낳은 건 초선 의원이지만 선수(選數)를 훌쩍 뛰어넘는 정치적 인맥때문이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2012년 12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처음 만나게 해 준 사람이 바로 손 의원이라고 한다. 손 의원은 사업을 하던 90년대부터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연을 맺고 가깝게 지내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2012년 대선 직전에 문재인 후보가 당시 박근혜 사람이던 김종인 전 대표를 찾아가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일화가 있지 않느냐”며 “그때 문 후보의 손을 이끌고 김 전 대표 앞에 간 사람이 바로 손 의원”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을 목전에 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대표의 갈등은 극심해졌다. 박근혜 후보가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틈을 노리고 문 대통령이 김 전 대표을 영입하려고 했는데 이때 다리를 놔준 사람이 손 의원이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마 숙명여고 동문인 김정숙 여사가 ‘내 남편 선거 좀 도와달라’고 손 의원에게 부탁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니겠느냐”며 “그 때 김 전 대표가 박근혜 후보를 버리고 문 후보를 선택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엔 김 전 대표가 문 대통령측에 합류를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김 전 대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그해 1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문 대통령과 손을 잡는다. 이때도 막후에서 손 의원이 김 전 대표 영입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공천권을 쥔 김 전 대표는 손 의원을 비례대표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정청래 당시 서울 마포을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고 나니 대타가 마땅찮았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마침 그때 손 의원이 마포을 공천을 요구했고 정 전 의원도 ‘손혜원이라면 내가 한 번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해오면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내막 때문에 손 의원은 “국회의원은 이번 한 번만 한다”는 뜻을 진작부터 주변에 말해왔다. 손 의원은 지난 20일 탈당 회견 때도 명예회복 후엔 출마 가능성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는 정치를 하려고 온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 정권 바꾸기 위해 들어온 것”이라며 “지난 총선, 대선을 통해 제 역할은 이미 끝났다”고 불출마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런게 문 대통령 열성지지층’에겐 ‘의리의 아이콘 손혜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 의원은 불출마 의지를 강조하지만 ‘목포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0일 탈당 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목포 출마설은 왜 안물어보냐고 되물은 뒤 “제가 나갈 일은 없다. 하지만 더 이상 국민들이 보고싶어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역사에 기반한 도시재생에 뜻 갖고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분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고 말했다. 일부 목포주민들은 손 의원에게 ‘목포의 은인’이라는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손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를 종종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한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목포에 연고도 없이 지역발전을 위해 투자했다는데 손혜원만한 유력 후보가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