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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 반격나선 최재경 전 중수부장 “막무가내 허위 보도자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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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 검사장 퇴임식.[중앙포토]

2014년 7월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 검사장 퇴임식.[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말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최재경(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찰 과거사위 발표를 두고 과거사위와 사건 담당자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과거사위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재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른바 ‘쥐코 동영상’이라 불리던 사건을 재조사한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정치권력에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축소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사찰 피해자인 쥐코 동영상을 제작한 민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다는 사건을 수사했을 때부터 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재경 변호사는 이날 오전 A4 용지 6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법조 출입 기자단에 보내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개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변호사와 검찰 과거사위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전임자였던 김경동 전 행정안전부 주무관이 검찰에 제출한 USB다. 검찰 과거사위는 당시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핵심 물증 USB가 대검 중수부에 건네진 뒤 실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때의 장진수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모습. 그는 이명박 정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해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를 이끌어냈다. [연합뉴스]

2012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때의 장진수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모습. 그는 이명박 정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해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를 이끌어냈다. [연합뉴스]

 과거사위에 따르면 검찰은 2012년 김 전 주무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USB 메모리 8개를 압수했다. 이 USB ‘BH보고’ 폴더 아래엔 ‘비선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 BH 비선 → VIP(또는 대통령실장)으로 한다’는 내용 등 청와대의 개입을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문건들이 있었다.  과거사위는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박모 검사가 수사팀 소속 검사들과 협의조차 없이 이 USB들을 대검 중수부에 전달했다고 봤다.

 과거사위 산하 검찰 진상조사단은 이 과정에서 박 팀장이 당시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과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후 USB는 증발했고 대검 중수부로 USB가 전달된 후 대검 디지털수사과에 이 USB들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현재까지도 USB의 행방이 묘연해 사실상 추가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대검 중수부가 USB를 가져가 수사가 종료되기 전 반환하지 않은 행위는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당시 수사팀에 대한 지휘·감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압수된 USB를 전달받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 의뢰를 맡겼고, 그 뒤에는 절차에 따라 대검 과수기획관실이 포렌식한 뒤 수사팀에 자료를 인계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검 중수부는 그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김영희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왼쪽)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검사가 조사단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김영희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왼쪽)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검사가 조사단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감정 의뢰 내역이나 처분 내역이 기록돼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의 부족한 기록 관리 때문에 관련 자료를 찾기 못한 것이지 누군가가 증거물을 은닉했다고 의심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가 걸려 해독이 불가능했던 행안부 보안 USB 1개가 포렌식 절차를 거쳐 수사기록에 첨부돼있고 제출자에게 반환됐다면, 암호가 걸려있지 않은 나머지 것들도 함께 움직였으니 당연히 같은 절차로 분석되고 반환됐다고 보는 것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합리적 경험칙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이어 과거 언론 중재 사건에 대응하면서 당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담당했던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 직원 2명의 녹취록도 제출했지만 조사단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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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과거사위는 2008년 용산 참사 사건을 놓고도 당시 수사팀과 최근 부딪혔다. 지난해 12월 검찰 과거사위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에 소속된 김영희 변호사 등 진상조사단 단원 6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일부가 조사단을 상대로 민‧형사 조치를 운운한 것에 대해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용산 참사 사건을 수사했던 특별수사본부 검사들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은 진상조사단에 법과 원칙에 따른 조사와 심의를 요청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며 “외압 또는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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