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양, 강경파 악수를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경파들의 계엄령 선포와 군부대 동원에 반대하고 사임할 뜻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자오쯔양」(조자양)중공 당 총서기는 현재 정치무대의 막후에서 교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오쩌둥」(모택동)은 일찍이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조자양의 권력투쟁은 이와는 좀 다르다. 그는 마치 장기를 두듯 상대방이 결정적 실수를 범하길 기다리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또 사실 그로서는 그 길밖에 다른 수가 없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조자양은 당 총 서기직을 사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주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인 뒤 일시적으로 사임을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고쳤다. 여기엔 그의 보좌관들의 조언이 있었다. 만약 강경파들의 대응조치가 실패했을 경우 또 한번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몇 가지 무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국영 언론기관이었다. 각 언론기관에는 그의 지지세력이 강력히 포진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조자양에 유리한 내용의 기사를 계속 내보냈다.
TV 뉴스 아나운서들은 TV화면에 침울한 표정으로 나타나 어두운 톤의 목소리로 뉴스를 방송했으며 신문 편집자들은 헝가리 지도자들이 헝가리 국민들의 데모진압에 결코 군대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뉴스를 대서 특필하는 등 정부의 계엄령 선포 등 강경 조치를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교묘한 방법을 썼다.
사태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시위대는 정치·경제적 자유화를 요구하고 나섰고, 그 과정에서 조자양에 대한 학생·지식인의 지지가 점차 강화됐다. 사실 학생·지식인들은 그 동안 조자양을 지지하지 않았다. 특히 조자양의 가족이 관련된 부정부패사건에 대해 불만이 컸다.
한편「리펑」(이붕)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 투입을 명령했으나 군의 북경시 진입과정에서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군인들을 둘러쌈으로써 시내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물러나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당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전개는 조자양 세력을 크게 고무시켰다. 그들은 이제 사태가 힘 겨루기의 단계에서 유리한「여론의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자양을 지지하는 한 중국인은『사태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하면서 『싸움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으며 당분간 예측불허의 혼란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만약 이붕이 실각한다해도 조자양이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조자양 의 승리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조 총서기의 지지자들은 강경파와 공개적으로 절연함으로써만 득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도권 다툼을 매우 솔직하고 다양하게 공개하고 있다.
첫 시위가 북경에서 일어나 지난달 26일 등소평의 감정적이고 위협적인 보복의사를 유발 케 할 당시 조는 북한 방문중에 있었으며 조는 시위경보에 어두웠고 지난 4일 시위가 재발했을 때는 놀랐었다는 사실을 지지자들이 시인했다.
그때까지 이 수상은 등 과 양상곤 국가주석의 지원을 받으며 학생 지도자들의 투옥까지를 포함하는 강제진압에 대해 상임위원회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가고 있었다.
시위가「고르바초프」소 서기장의 일정을 망쳐 놓았을 때 이 수상은 계엄령을 주장했다. 조는 이러한 주장에 맞서 싸워 시간을 늦출 수는 있었으나 결국 지고 말았다.
이 수상이 계엄령을 발표한 19일 밤의 공식회담에 조는 참석치 않았다.
조 총서기의 불참에 대해 모든 사람이 주목했으나 공식적인 설명이 없어 조총서기가 계엄령과 그에 따른 유혈사태에서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것이라는 추측을 강하게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조는 많은 학생과 지식인들로부터 가족들을 사치스럽고 높은 자리에 고용하고 있는 부패한 원로지도층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겨졌었다.
조의 측근들은 그가 가택연금 당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가 이 수상에게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공식적인 활동이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피하고 있다.
호요방 사후 총 서기직을 맡으면서 정치개혁을 위해 많은 정열을 쏟은 조를 축출할 경우 당내의 분열도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면 지식인들은 당을 떠나 반체제가 될 것』이라고 한 중국정치 분석가는 말했다.
그는 또『조가 지금 그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할 수 없고 또한 그들도 마찬가지다』며 『그들은 항상 그랬던 것과 같이 막후 술수와 파벌규합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지을 것이며 이수상의 지지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는 등에 의해 희생될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