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대전화도 신용불량자 만드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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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휴대전화 요금을 장기 연체했다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이 7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두달 이상 연체자만도 총 가입자의 10%를 넘는 3백55만여명에 이른다니 이대로 가면 휴대전화 신용불량자가 급증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휴대전화 역시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20대, 30대 계층이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젊은이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첫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경제 활동에 지장을 받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는 또 우리 사회의 신용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신용카드에 이어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용불량의 1차적 책임은 물론 휴대전화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경품까지 제공하면서 경제력도 없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마구 발급한 통신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 등 비싼 무선인터넷 부가서비스를 멋모르고 사용했다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들어온 요금 관련 상담 사례가 올 상반기만도 1백42건에 이르고, 평균 피해금액이 41만7천원이나 된다니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자녀에게 휴대전화에 마구 가입시켜 주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가정에도 책임이 있다.

휴대전화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발급 때 개인 경제력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와 요금 한도 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요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부가서비스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요금이 얼마다'는 점을 사전 고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등에서는 연령 등에 따라 이용액을 제한한다니 참고할 만하다. 가정에서는 자녀에 대한 '경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소액 연체자에 대해서는 요금을 일정 기간에 나눠 갚도록 하는 등 구제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