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증가율 1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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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우리는 놀라운 통계 숫자에 접했다. 내무부가 이번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시위의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사이에 형사범죄 또한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어 하루평균 1천4백68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위양상의 극렬화가 민생치안의 공백을 자초해 일반 범죄의 급격한 증가를 빚어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종전의 연평균 범죄증가율이 20∼30%였던데 반해 올 들어 1백% 이상이 늘어났다는 것은 무서운 증가속도가 아닐 수 없고, 우리 나라 범죄피해 신고율이 고작 15%인걸 감안하면 실제로 하루평균 1만건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계산이다.
범죄의 이 같은 양적 증가뿐 아니라 최근의 범죄 성향은 더욱 대담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며칠 전 잇따라 발생한 서울 적선동 카페 현금탈취 사건에는 칼을 든 강도들이 카페 입구를 막고 금고와 손님들의 몸을 뒤져 몽땅 털었고 여자주인의 팔과 손님의 목에 칼자국을 남기고 달아났다. 지금까지 주택가나 털어 오던 강도들이 행인과 손님이 많은 도심지 유흥업소에까지 활개치며 넘나들게 된 세대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흔히 국가의 안위를 말할 때 외침이나 정치·경제적 위기를 예로 들지만 무법 천지가 된 범죄의 만연도 이에 못지 않은 사회적 위기이고 중대한 국가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범죄의 만연은 치안정책의 빈곤과 자질문제 등 경찰 자체의 취약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다발시위로 인한 치안의 공백에도 크게 기인한다.
지난 2월 이후 집단사태에 차출된 민생 치안경찰이 전체 경찰법력의 l7%나 되기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경찰이 원천봉쇄로 맞설 때는 경찰관 1명만 남기고 전원 동원되는 파출소가 비일비재했다. 시위 진압에 연일 시달리다보니 경찰은 지칠 대로 지치고 사기 또한 떨어질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돌과 화염병에 부상한 경찰관이 작년에 6천7백여명, 올 들어 4월말 현재 3천8백여명에 중상자만 3백50명이나 되는 사실로써도 경찰이 겪는 고충이 어떠한가를 알 수 있다
시위가 거듭되다보니 경찰 수뇌부의 주요 관심사도 거기에 집중되게 마련이고 일반범죄는 자연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얼마 전 경찰 인원을 대폭증원하고 사기긴작을 위해 처우개선과 장비보강을 서두르기로 했으나 단시일 안에 이루어질 성질의 것도 아니고 이 역시 폭력시위가 잦아지면 별 도움이 못될 것이 아닌가해서 걱정이 된다.
치안상태가 엉망이 되고 우리 사회가 온통 범죄꾼들의 천지가 되면 직접 피해자는 국민 또는 폭력시위자나 그들의 이웃과 친지도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5·18을 전후해 광주시민들의 평화시위와 전대협의 비폭력선언을 외면하고 폭력투쟁에 들어간 몇몇 대학의 학생그룹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화염병과 폭력시위를 가장 반가워할 자는 아마도 범죄꾼과 평양 측밖에 없을 것이다.
소수의 극렬 학생 그룹을 제쳐놓고 생각한다면 시위는 진정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제 경찰은 무법상태의 범죄소탕을 위해 자세를 정비하고 아울러 범죄예방과 고발을 통한 시민의 방범의식도 가다듬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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