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성진, 성장하는 피아니스트 면모 보인 카네기 무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욕 카네기홀에 두번째로 선 피아니스트 조성진.

뉴욕 카네기홀에 두번째로 선 피아니스트 조성진.

22일(현지시간) 피아니스트 조성진(25)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두 번째 독주회를 열었다. 2017년 1월 카네기홀의 메인 무대인 아이작 스턴 홀에서 연주한 데 이어 조성진은 올해 다시 초청을 받았다. 연주자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통하는 카네기홀에 재초청받은 것이다. 조성진의 이번 독주회는 카네기홀의 ‘건반의 거장(Keyboard Virtuosos)’ 시리즈 중 하나. 이 시리즈에는 예브게니 키신, 예핌 브롬프만 등 기성 거장 피아니스트가 함께 포함돼 있다.

 이번 무대에서 조성진이 선택한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과 드뷔시의 '영상 1권' 등이었고, 이날 연주의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샛별로 떠오른 조성진은 이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음을 알리려 했다. 특히 첫 곡이었던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에서 조성진은 힘과 감수성을 탄탄하게 조율했다.

이날 객석을 지켰던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모든 프로그램 중 슈베르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2017년 카네기홀 독주회 당시보다 성장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첫 무대에서 보여준 음악적 시도가 신선한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면, 올해는 그 생각으로 객석을 설득하는 연주였다”고 했다.

 드뷔시의 영상 1권에서는 프랑스 음악의 신비로운 면모를 표현했고 드뷔시의 전주곡 1권 중 ‘눈 위의 발자국’에서는 느린 템포의 작품에서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보여줬다.

조성진의 카네기홀 독주회 티켓은 매진됐다.

조성진의 카네기홀 독주회 티켓은 매진됐다.

이어 조성진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에서 젊은 연주자의 특권인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보여줬다. 첫 번째 부분인 프롬나드에서부터 리듬을 독특하게 강조했다. 그는 같은 악보도 똑같이 치는 법이 없었다. 지나치게 음악을 다듬지 않으려는 의도도 보였다. 서정적인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감성에 빠지지는 않되 러시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음향을 강조하려는 시도는 한창 성장하는 피아니스트가 청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면모였다.

카네기홀 외관의 티켓 매진 공고.

카네기홀 외관의 티켓 매진 공고.

이날 조성진은 몇몇 실수는 개의치 않을 정도로 음악의 큰 틀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콩쿠르 우승 4년차인 연주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무대 위에 펼친 셈이다. 조성진은 마지막 앙코르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0번을 골랐다. 제목처럼 어려운 곡인 이 작품을 그는 아주 쉬운 곡인 듯 연주해내며 뉴욕 청중이 자신의 앞날을 궁금해하게 만들었다.

카네기홀 외벽의 포스터에는 ‘매진’ 알림이 붙었던 이 날, 연주가 끝난 뒤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한 길게 줄을 선 관람객들이 보였다. 조성진은 오는 6월과 9월 한국 무대에 선다.

뉴욕=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