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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 회군' 이후 3년 만에 중국 공연 온 현송월의 북한 예술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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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북한 친선 예술단은 현송월이 단장으로 있는 삼지연 악단과 국가공훈 합창단 등 28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26일과 28일 베이징 도심의 국가대극원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공연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관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악단 단장 [중앙포토]

현송월 북한 삼지연악단 단장 [중앙포토]

현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원들은 전날 저녁 특별열차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24일 오전 11시(현지시간)쯤 베이징 역에 도착했다. 예술단 방중에는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동행했다. 이 부위원장은 방중 기간 중 시 주석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 역 플랫폼에 레드 카펫을 까는 등 깍듯한 의전으로 이 부위원장과 예술단원들의 도착을 환영했다. 이날 기차역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나와 영접했으며 중국 무관 등 중국 측 관리들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26-28일 공연에 시진핑 주석 참관 예상 #평양 답방 분위기 띄우는 정치적 의미

현송월 단장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5년 12월 이후 3년여만이다. 이번 삼지연 악단의 방중은 당시 전격적인 공연 취소로 끝난 모란봉 악단의 방중과 여러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현 단장이 모란봉 악단을 이끌고 1차 방중을 했을 때는 북한의 잇단 핵실험 등으로 북ㆍ중 관계가 경색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 두 달 전인 2015년 10월 북한의 열병식에 류윈산 당시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방중한 것을 계기로 북ㆍ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되고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추진되었다.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23일 평양역에서 북한예술단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배웅하는 모습. 예술단 방중에 동행하는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23일 평양역에서 북한예술단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배웅하는 모습. 예술단 방중에 동행하는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23일 평양역에서 출발 전 단체 사진을 찍는 예술단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23일 평양역에서 출발 전 단체 사진을 찍는 예술단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이들이 방중 기간 묵게 되는 베이징 캐피털호텔.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이 2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년여 만에 중국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이들이 방중 기간 묵게 되는 베이징 캐피털호텔.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하지만 공연 리허설에 등장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선전하는 내용 등을 문제삼자 이에 반발한 현 단장은 공연 시작 수시간전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평양으로 귀국했다. 당시 중국 측이 공연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은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도착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우리는 수소폭탄도 보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문제삼자 북한은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 ‘모란봉 회군’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북ㆍ중 관계는 경색 일로을 치달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4차례 중국을 방중하면서 북ㆍ중 관계가 ‘신밀월’이라 불릴 정도로 급속히 회복된 가운데 삼지연 예술단의 공연이 성사되게 됐다. 현 단장은 지난 7∼10일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에 동행했으며, 당시 이번에 공연 문제를 중국 당국 측과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4월과 11월 중국 예술단의 방북 공연에 대한 답방 형식이며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부부 동반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 북ㆍ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한 정상간 합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 올해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의미도 담긴 공연으로 풀이된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 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이 24일 오전 임시 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 기차역에 도착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 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이 24일 오전 임시 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 기차역에 도착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앞서 현 단장은 지난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고 대화 분위기가 싹트는 과정에서도 서울 방문과 공연을 통해 큰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악단의 이번 베이징 공연도 단순한 문화 공연을 뛰어넘은 고도의 정치 행위로서의 의미를 갖는 공연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예영준ㆍ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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