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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서 이겨야" "과감한 공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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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랜만에 만나 스위스전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 김호 전 감독(右)과 서정원 선수가 활짝 웃고 있다. 쾰른=최원창 JES 기자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김호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강호 스페인을 만났다.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2분 홍명보의 패스를 받은 서정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2-2로 비겼다.

김호 감독과 서정원 선수가 12년 만에 독일 월드컵 현장에서 만났다. 김호 감독은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왔고, 2005~06시즌 오스트리아 프로리그 최우수선수인 서정원(SV리트)은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독일을 찾았다.

서정원은 "지금까지의 결과(1승1무)는 만족스럽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좀 있었다. 후배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원은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12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스위스와 한 조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큰일 났다. 하필이면 스위스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스위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G조 조별리그 프랑스-스위스전을 직접 봤다는 그는 "스위스는 유럽 축구에서 보기 드문 조직력을 갖췄고, 침착한 플레이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라운드가 아니라 관중석에서 한국 경기를 보면서 "선수 때보다 더 긴장되고, 차라리 내가 나가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서정원은 "프랑스전 박지성의 동점골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이런 게 애국심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은 "(스위스는) 쉽게 볼 팀이 아니다. 밀리는 게임을 하면서도 역습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분석했다.

스위스전 필승 전략을 물었다. 서정원은 "선생님(김호 감독) 앞에서 '필승 비법'을 말한다는 건 우습다"면서도 "스위스는 다른 유럽 강호들에 비해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진다. 우리의 강점인 민첩성과 스피드를 살려 과감한 공격을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미드필더를 전진 배치하고 빠른 프레싱으로 상대 패스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포메이션을 4-1-4-1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서정원은 "해외에서 치른 월드컵에서 이렇게 많은 응원단이 온 적이 없었다. 관중의 절반 이상이 우리를 응원했다. 이런 조건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우리 응원단이 하도 많아 국내 경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토고전이나 프랑스전에서 모두 전반전에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전에는 '우리 홈이다' 생각하고 절대 움츠러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만 36세인 서정원은 오스트리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몇 년 더 현역으로 뛸 수 있을지를 묻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이 "잉글랜드의 축구 영웅 스탠리 매튜스 경(卿)은 '내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을 때가 38살이었다'고 말했어. 그 나이가 돼야 축구의 맛을 알 수 있지"라고 한마디 했다. 서정원도 "젊었을 때는 축구의 맛을 몰랐는데 요즘은 경기장에 나가면 그런 게 보여 기분이 좋다"고 공감했다.

쾰른=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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