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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하라"VS"있을 수 없다"…양승태 구속 찬반 맞선 법원 삼거리

중앙일보

입력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법 농단 몸통 양승태를 구속하라!”

23일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삼거리 앞.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법원 쪽 입구와 검찰청 쪽 입구에서 양쪽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시끄럽게 울렸다. 양 측에는 피켓을 든 30여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구속을 촉구하는 단체들과 구속을 반대하는 단체가 각각 집회를 열고 맞선 것이다.
50m가 채 안 되는 양측 사이에는 이른 시간부터 경찰이 배치됐다. 경찰은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는 단체 가운데 서서 이동을 통제하고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에 더해 열을 맞춰 가운데를 통제하는 경찰, 취재하는 취재진까지 법원 삼거리가 가득 찼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대검찰청 쪽 입구에서 집회를 시작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 본부는 영장 실질 심사 담당 재판부에 구속영장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공노 법원 본부 조석제 본부장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3253명의 법원 구성원들과 만 명가량의 시민들에게 양승태 구속을 바라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며 “별도로 국민 여론을 수렴한 결과, 국민의 66% 이상이 구속을 찬성하는데 국민 목소리를 무시하고 법원 정치와 이기주의에 빠져 영장을 기각한다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오전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23일 오전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뒤이어 집회를 이어간 콜텍 해고노동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가면을 쓴 이에게 쇠창살 모양의 피켓을 씌워 수감된 모습을 표현하며 법원 쪽으로 향하다 반대 측 집회자들과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법원 쪽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들은 양승태 구속 영장 발부 반대 집회 및 윤석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는 ”양승태 구속 반대“를 외쳤다. 발언자로 참가한 석동현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죄목은 뇌물, 공금횡령 등 개인의 부도덕한 범죄가 아니라 대법원장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보고받고 감독하는 당연한 일이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리적 공방을 하자”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 주변에서 소란을 염려한 경찰이 안내 방송을 하자 참가자들은 “집회를 잘하고 있는데 경찰이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며 부부젤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항의하기도 했다.

23일 오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찬반 집회가 열려 경찰이 통제에 나섰다. 이수정 기자

23일 오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찬반 집회가 열려 경찰이 통제에 나섰다. 이수정 기자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양측이 맞불 집회를 벌였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신고된 법원삼거리 일대에 9개 중대 700여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발부를 둘러싼 찬반 기자회견이 오후에도 예정돼 있다. 사법농단 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7시부터는 구속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연다고 밝혔다.

이수정·임성빈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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