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울린 「오월제」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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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상여꾼들이 구슬픈 시나위 가락에 맞춰 검은천을 덮은 5월의 시신을 무대로 옮긴다.
시나위 가락은 계속되고 시신은 부활의 몸짓으로 꿈틀거린다. 뒤틀리다 넘어지고, 넘어지다 뒤틀리는 애처로운 몸짓. 드디어 시신은 용틀임으로 일어서서 검은 천을 벗어 던진다.
소복한 여인이 원귀의 화신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구천에서 방황하는 5월의 혼.
사물놀이패의 꽹과리 소리에 맞춰 원혼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춤사위는 고통으로 가득하다. 원혼은 두손으로 하늘을 받쳐들고 처절히 소리친다.
『못가 못가, 나는 못가.』청중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곳저곳에서 흐느낌이 터진다.
16일 오후6시, 5월제의 마지막행사 「그대 넋을 이어…」가 무대에 올려진 광주 실내체육관. 2만여 청중들이 숨죽이며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원혼의 춤사위에 시선을 쏟고 있다. 『당신들은 정녕 떠난게 아닙니다. 당신들은 정녕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았습니다.』무대의 대사가 끝나자 육신은 광란의 순간을 맞는다. 발광하는 몸짓으로 무대에서 날뛰던 육신은 검은 천을 반으로 가르며 그 위에 놓여진 상여꽃을 흩뜨린다.
몇초의 침묵이 흐른 뒤 원혼은 「해방의 웃음」을 만면에 띤 채 무대를 떠난다.
『새벽길』합창이 장중히 울러 퍼진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우리 아재 뒤뜰에 두고 나는 가네…요령소리 울리며 저승길 가네…』
우뢰처럼 터지는 박수가 침묵을 깬다.
『아직도 구천에서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주기 위해…』
5월 원혼의 역을 맡았던 김은희씨(27·여·광주놀이패 「신명」단원)가 전하는 작품기획의도였다. 『살아있는 자가 민주한다면 죽은 자의 방황은 끝날 것』이라는 김씨의 말이 가슴을 저리게 했다. <광주=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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