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전환기…진통겪는 학교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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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5일은 스승의 날.
그러나 생일을 맞은 전국 34만 교원들의 마음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이 4천달러를 넘어서게 된 마당에 교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오히려 상대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양적 성장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온 학교교육이 민주화로 가는 전환기의 와중에서 심각한 갈등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육의 양적 팽창만 있었을뿐 질적향상·수월성 측면이 투자에서 외면돼온 결과다.
민주사회의 길목에서 안팎으로 갈등에 싸인 교단의, 그 문제점·원인을 짚어본다.
◇교육내용=중앙집중식체제인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개발방식은 비용과 인력을 절감하면서도 수준높은 교육과정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행 방식은 지역사회 일선교사들의 참여를 막고 있어 학교 상황에 따른 창의적·자율적 교육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또 개발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문교부의 제5차 교과서 개편작업에 참여했던 한국교육개발원 국어교육연구실의 권경안연구원(40)은 『87년6월 문교부의 개발의뢰 지침을 받아 작업시작 8개월여만인 지난해 3월 실험용 새 국어교과서가 완성됐다』며 『인쇄·배포기간을 빼면 불과 6개월 남짓한 기간이 주어져 연구작업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예산도 교과서 1권에 5백여만원으로 타분야 투자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수준.
교육개발원이 최근 펴낸 「학교교육과정의 쟁점과 대응책」(국제비교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점의 하나로 「사회비판적 사고력의 신장보다 단순한 현사회의 적응을 유도하는 학교교육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이 연구는 미국고교 역사교과서가 당시 대통령인 「레이건」의 경제정책을 신랄히 비판하는등 외국의 예를 든뒤 우리나라 교과서도 ▲소외계층·경제성장의 어두운 면을 가르쳐 균형잡힌 시각을 유도하고 ▲과거의 잘못도 제시, 학생들이 비판케 하고 ▲현재의 정책내지 과오도 공개·비판케 해 올바른 현실감각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과서 문제와 관련,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등 과목별 교사모임이 국정교과서제도 폐지주장과 함께 현행 교과서 비판작업을 토대로 『통일을 위한 국어교육』『살아있는 과학교육』 등의 발간을 통해 대체교과서 개발을 모색중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교육환경·교원처우=우리사회의 「교육푸대접」현상은 학교시설이 일반사무실·가정보다 뒤지는데서도 드러난다. 교사 1인당 학생수도 중학교의 경우 일본이 17.6명, 이탈리아 10명, 아르헨티나 7.8명인데 비해 한국은 32.6명. 국민학생 1인당 교지 면적이 미국은 101.17평방m인데 비해 한국이 7.39평방m인 것은 「교육효과」 이전에 학생의 생활권 차원에서 심각히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교육연합회(회장 윤형섭)가 14일부터 20일까지의 올해 교육주간 주체를 「교육투자증대·교육현장혁신」으로 정하고 ▲지방교육 재정교부금법상 현행 내국세의 11.8%인 보통교부금을 15%로 올릴 것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특별교육재원 확보 ▲교육성금·기부금 양성화 ▲학교납입금 현실화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것도 교육의 「40년가난」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교직원노조=「교육계의 태풍의 눈」 교원노조결성을 추진하는 전교협소속 교사들은 교원지위향상, 교육여건 개선, 교육내용의 민주화등을 위해서는 「임의단체」로서의 전교협을 보다 강력하고 법적·제도적 보장을 받는 노동조합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28일로 예정된 교직원노조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사립학교법·노동조합법등 실정법상 명백히 불법이라는 점과 노동3권중 단체행동권 행사범위로 교사의 단체행동이 학생의 수업권 침해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이유를 문교부는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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