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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연수 추태 예천군의회, 박종철도 '셀프징계'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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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예천군의회 앞에서 예천군민들이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예천군의원을 뽑아 사죄드린다'며 108배를 하고 있다. 예천=김정석기자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예천군의회 앞에서 예천군민들이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예천군의원을 뽑아 사죄드린다'며 108배를 하고 있다. 예천=김정석기자

경북 예천군의회가 해외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4)의원 징계에 나섰다. 하지만 박 의원과 함께 연수를 떠났던 군의원 8명만으로 윤리위원회 구성에 나서 '셀프 징계' 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연수 떠난 예천군의원들끼리 윤리위 구성 #주민들 "누가 누구를 징계하나. 전원 사퇴하라"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외국 연수 중에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박종철 의원의 폭행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외국 연수 중에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박종철 의원의 폭행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는 15일 오전 10시 윤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박 의원을 포함해 캐나다 연수를 다녀온 군의원 9명이 모두 모였다. 여기에 외부 인사는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군의회는 구체적인 간담회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형식 의장은 회의를 마친 뒤 "의원들과 토의해 많은 결과를 도출했다"며 "임시회를 열어 정상 절차를 거쳐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구체적인 임시회 일정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회 안팎에서는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장은 "군의회 자체가 쓰레기 더미인데 쓰레기가 쓰레기 보고 징계를 운운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테니 좀 참아라'는 식의 토론이 오갈 텐데 군의회 측의 셀프징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윤리위원회가 열리려면 유권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예천군의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예천군농민회도 예천군의원 퇴진을 촉구하면서 군 청사, 시내 등에서 연일 시위하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예천경찰서는 조만간 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박 의원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다만 당시 폭행 상황을 놓고 가이드와 박 의원 진술 엇갈리고 있어 보강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회와 예천군 주민들이 지난 11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중앙로에서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사건과 접대부 요구 의혹’을 일으킨 박종철 예천군의원을 비롯한 군의원 전원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회와 예천군 주민들이 지난 11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중앙로에서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사건과 접대부 요구 의혹’을 일으킨 박종철 예천군의원을 비롯한 군의원 전원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현지 가이드는 메일로 보낸 진술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맞았다"며 "술 냄새가 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의원은 "군의회 의장이 가이드와 함께 버스에 타면서 초선 의원들 때문에 일이 힘들다는 등의 험담을 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가이드가 이에 동조하자 참을 수 없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가이드에 진술서를 다시 요청한 상태다. 이형식 의장 등에도 관련 진술을 받을 예정이다.

박원식 예천경찰서 수사과장은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힌 폭행 혐의는 박 의원도 인정하고 있기에 수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예천군 의원 9명과 군의회 사무국 직원 5명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를 떠났다. 연수 나흘째인 12월 23일 박 군의원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가이드를 주먹으로 때렸다.

예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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