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회가 해외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4)의원 징계에 나섰다. 하지만 박 의원과 함께 연수를 떠났던 군의원 8명만으로 윤리위원회 구성에 나서 '셀프 징계' 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연수 떠난 예천군의원들끼리 윤리위 구성 #주민들 "누가 누구를 징계하나. 전원 사퇴하라"
경북 예천군의회는 15일 오전 10시 윤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박 의원을 포함해 캐나다 연수를 다녀온 군의원 9명이 모두 모였다. 여기에 외부 인사는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군의회는 구체적인 간담회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형식 의장은 회의를 마친 뒤 "의원들과 토의해 많은 결과를 도출했다"며 "임시회를 열어 정상 절차를 거쳐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구체적인 임시회 일정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회 안팎에서는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장은 "군의회 자체가 쓰레기 더미인데 쓰레기가 쓰레기 보고 징계를 운운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테니 좀 참아라'는 식의 토론이 오갈 텐데 군의회 측의 셀프징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윤리위원회가 열리려면 유권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예천군의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예천군농민회도 예천군의원 퇴진을 촉구하면서 군 청사, 시내 등에서 연일 시위하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예천경찰서는 조만간 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박 의원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다만 당시 폭행 상황을 놓고 가이드와 박 의원 진술 엇갈리고 있어 보강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지 가이드는 메일로 보낸 진술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맞았다"며 "술 냄새가 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의원은 "군의회 의장이 가이드와 함께 버스에 타면서 초선 의원들 때문에 일이 힘들다는 등의 험담을 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가이드가 이에 동조하자 참을 수 없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가이드에 진술서를 다시 요청한 상태다. 이형식 의장 등에도 관련 진술을 받을 예정이다.
박원식 예천경찰서 수사과장은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힌 폭행 혐의는 박 의원도 인정하고 있기에 수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예천군 의원 9명과 군의회 사무국 직원 5명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를 떠났다. 연수 나흘째인 12월 23일 박 군의원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가이드를 주먹으로 때렸다.
예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