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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보수화, 현실 생계에 책임감…문재인에 등 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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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연령층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20대 연령층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부터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서 20대 남성이 이탈하고 있다. 더군다나 20대의 같은 나잇대인 남성과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 정도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2002년엔 20대 남성이 盧 지지↑,10년 뒤 뒤집혀 #여성은 남성보다 이상추구형·진보적…文 지지↑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지난 1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20대 남성들의 문 대통령 지지층 이탈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여론조사 담당 행정관,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여론조사 담당 비서관을 지냈다. 현재는 정치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대에서 남녀의 지지도 격차가 이처럼 벌어진 결과가 나온 과거 전례가 있나’는 질문에 이 대표는 “과거에 이런 정도까지 큰 간격을 보인 적은 없었다”면서도 “ 유사한 현상이 20대에서 나타나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2002년과 2012년 대통령 지지도 비율을 분석하며  “2002년도의 경우에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게 20대 남자다”며 “10년 지난 2012년 대선의 경우 계층 간의 양극화 현상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은 보다 더 문재인 후보, 노년층은 보다 더 박근혜 후보, 이렇게 더 커지기는 했지만 문제는 20대 남자의 득표”라며 “문재인 후보의 득표가 예전 같지 않았다. 20대 여자는 높은 득표를 보였는데 남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20대 남성 가운데 박근혜 후보 지지자도 늘었다”며 “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도 과거만큼 20대 젊은층, 20대 남성 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갤럽]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갤럽]

그는 20대 남성들이 돌아서는 이유에 대해 ‘보수화’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사회를 남성중심 사회라고 얘기하는데, 살짝 뒤집어보면 남성 책임 중심 사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20대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이 갖는 중압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가장 역할, 부모에 대한 부양책임 등 여러 부담이 전체적으로 남성에게 쏠리다 보니 여성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경제적인 이슈에 굉장히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 신규로 진입하는 젊은 층 입장에선 기회가 없고,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 남성이다. 이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효과적인 경제방책이라는 게 자기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집값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지금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이 한 7억에서 8억 정도 사이인 걸로 나온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한 3~4억짜리 전셋집에 사는 50~60대 가장은 부자라고 볼 수 없지만, 그 아들 입장에서는 부자다.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자기 아버지의 재산을 어떻게 지키느냐, 결과적으로 나중에 자기에게 어떻게 돌아오게 하느냐”라며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이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아버지의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이게 굉장히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부모보다 더 잘 살 수 있다고 하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지만 점점 줄어들었다. IMF 이후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체질이 바뀌었고, 금융위기 이후로도 더 계속 가속화된 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20대 남성의 그런 부담감이 30대가 되면 사라지나’고 묻자 “안 사라진다. 30대에서도 남녀 지지율 차이가 난다. 여전히 30대 남성이 낮지만 20대처럼 극적이진 않다”며 “30대쯤 되면 그중에 일부는 이미 사회적으로 좀 정착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한 재원 마련으로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 및 여러 혜택을 주는 것이 20대 남성한테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자기가 얻는 직접적인 혜택보다 그에 못지않게 정책이 자기 부모 세대한테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오히려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젊은이답게 사고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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