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중국 차 30년… "이젠 독자 브랜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중국 베이징 중심가의 러시아워 풍경. 5년 전 만 해도 거리를 메웠던 자전거는 보기 힘들어지고 대신 자동차가 혼잡을 이룬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쌍용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회사의 하나입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필립 머터프 국제담당 부사장이 19일 상하이(上海) 래디슨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전략 발표회에서 연설 서두에 꺼낸 말이다.

미 GM의 중국법인 대표를 하다 이날부터 상하이차로 출근한 그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이고, 상하이차의 계열사인 쌍용차가 여러 면에서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575만대(승용차 319만대)에 달했고 2010년에는 생산량이 1200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상하이차는 지난주 쌍용차 주식 10만 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50.9%에서 51%로 높였다. 경영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 독자 브랜드 강화=중국 자동차 시장은 1980년대 GM과 독일 폴크스바겐 등 선진업체들이 중국 업체와 합작하면서 태동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급성장 페달을 밟았다.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차는 폴크스바겐.GM.볼보.피아트 등과 합작 회사를 꾸렸다. 보쉬.델파이 같은 세계 유수의 부품 합작사까지 합해 70여 개의 합작회사를 이끌고 있다.

승용차 모델만 20개에 달한다. 지난해 105만대를 팔았고 올해 판매 목표는 127만대에 이른다. 2000년 25만대에서 5년 만에 네 배 이상으로 늘어나 한국 2위 업체인 기아자동차 판매량의 80% 수준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독자 브랜드가 없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이에 따라 신차 개발과 디자인 역량을 키워 자동차를 해외로 수출하는 글로벌 업체로 부상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010년 생산목표를 200만대로, 자체 브랜드 비중을 30%로 잡았다.

상하이차는 국영기업이다. 이런 전략은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정책과 다름없다. 상하이차의 장쯔웨이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중국 자동차 산업과 함께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의 연구개발(R&D) 센터 별로 역할분담 계획도 짰다. 지난해 인수한 영국의 로버 R&D센터에서는 중형차를, 한국의 쌍용 R&D센터에서는 대형차를 개발하기로 한 것. 장 쯔웨이 부사장은 "한 개의 차에 두 개의 브랜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만만디'전략으로 기술 흡수=라오 다 중국전국승용차연합회장은 "중국 합작사들이 중국 자동차 회사의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마티즈.싼타페 등 짝퉁 자동차 출현에 대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배우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일본조차도 오래 전 이런 단계를 겪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마티즈를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은 체리차의 'QQ'도 모방 단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모델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