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협의 요청하며 “30일 내 답하라” 요구…‘외교적 결례’ 지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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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의 신일철주금 본사의 명판. [연합뉴스]

일본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의 신일철주금 본사의 명판. [연합뉴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지난 9일 한국 측에 한일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요청하면서 ‘30일 이내’에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는 관례에 비춰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이후 청구권 협정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청구권협정 3조 1항에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고 돼 있을 뿐 답변 시한이 따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한국 정부는 일단 일본의 외교적 협의 요청에 응할지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이 일방적으로 거론한 ‘30일 이내’라는 기간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2011년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을 때에는 따로 답변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정부 내에선 일본의 요청을 수용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답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일방적으로 답변 시한을 내걸어 한국 측을 압박하는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외교부 일각에서는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을 때에는 따로 답변 시한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일본이 답변 시한을 내건 것과 관련, 다음 순서로 빠르게 넘어가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구권협정에는 ‘외교적 협의’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한일 양국이 합의하는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찾게 돼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재위는 해법의 하나로 염두에 두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중재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분쟁 해결이 실패했다고 간주하고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지난 3일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청한 신일철주금 한국 자산 압류 신청을 승인한 데 대해 지난 9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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