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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코스닥 상장 열풍…적자 기업도 기술력 우수하면 기회

중앙일보

입력

"하루 평균 6건의 투자설명회(IR)를 다니고 있어요. 상품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다 보면 1대 1 미팅도 자주 하죠."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는 다음 달 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가운데)와 문인근 부사장(오른쪽), 유정훈 이사(왼쪽). 정용환 기자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가운데)와 문인근 부사장(오른쪽), 유정훈 이사(왼쪽). 정용환 기자

이노테라피는 의료용 지혈제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주식 공모로 조달하려는 금액은 120억~150억원(예정)이다.

이 대표는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자금과 주식공모 자금을 합치면 200억 정도가 된다"며 "이 돈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임상 시험을 하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인 셀리드는 다음 달 20일 코스닥 상장 예정이다. 서울대 실험실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면역 항암 치료를 위한 백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붐을 이루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신규 상장은 25건에 달했다. 2017년(8건)보다 크게 늘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지난해 증시에서 전체 상장(72건)의 34%를 차지했다.

자료: 유진투자증권

자료: 유진투자증권

올해도 제약·바이오 업종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꼽힌다. 이노테라피와 셀리드 외에도 바이오 기업 7곳이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젠텍(체외 진단)·압타바이오(신약 개발)·마이크로디지탈(의료기기)·지노믹트리(체외 진단)·툴젠(유전자 교정)·노보메타파마(신약 개발) 등이다.

질병 진단 기술을 보유한 젠큐릭스는 지난 10일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냈다. 이 회사는 유방암의 경과를 진단하는 기기 등 체외 진단 기기를 연구하는 업체다.

젠큐릭스는 올해 처음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한 기업이 됐다. 재무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증시 상장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자료: 한국거래소

자료: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는 바이오 업체들도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는 티움바이오는 이달 중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의료 기기 업체인 드림텍과 이오플로우 등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재도전에 나선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약과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개발 역량도 향상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이익 미실현 상장(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를 도입한 것도 제약·바이오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뛰어나 매출액이나 시가총액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 증시 상장에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 개정으로 기술력 있는 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예전보다 쉬워졌다"며 "제약ㆍ바이오 업종의 상장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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