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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왜 아이폰에 등 돌렸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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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미국 현지시간) 애플의 주가가 2013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려 9.96% 폭락. 이 여파로 뉴욕증시도 급락했다. 그야말로 '애플 쇼크'다. 전날 무슨 일이 있던걸까. 이날(1월 2일) 애플은 장 마감 후 2019년 회계연도 1분기(2018년 4분기) 매출 전망을 하향조정했다(기존 전망치보다 5~9% 하향). 이는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애플 쇼크의 원인, 중국 아이폰 판매 부진 영향 커 #경기 둔화, 혁신 부족, 불매운동, 로컬 브랜드 성장

애플이 급작스럽게 매출 전망을 하향한 이유. 그 뒤에는 중국 시장 아이폰 판매 부진이라는 직접적인 요인이 있다. 실제로 팀 쿡 애플 CEO는 "100%를 웃도는 글로벌 매출 감소폭 대부분이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1월 2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혔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약 2억대 중 5000만대가 중국에서 팔린다. 애플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하지만 아이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2.5%로 정점을 찍더니 2018년 3분기 7.8%까지 떨어졌다.

애플 '차이나 쇼크'의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5가지로 추릴 수 있다.

1. 중국 경제성장 둔화

팀 쿡 CEO는 "중화권 경제가 이렇게까지 둔화될지 예측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국의 2018년 3~4분기 경제 성장률(6.5%)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도 15년 만에 가장 침체됐다. 기업 부채는 GDP 대비 270%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경제 상황도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중국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2017년 3분기부터 꾸준히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 비중이 98% 가량에 달할 정도로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지고 있다. 2018년 11월 기준 중국에서 팔린 스마트폰 대수는 3540만대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3. 가성비

첫 번째, 두 번째 요인이 거시적인 배경이라면 이번엔 애플 자체의 문제다. 바로 가성비. 가격이 오른 것에 비해 혁신은 부족했다. FT에 따르면 애플이 2017년 가을에 출시한 최신 모델(아이폰 X)은 기존 아이폰 대비 평균 가격이 23% 가량 비싸다. 그렇다고 엄청난 혁신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가격을 무리하게 인상한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3분기(7~9월) 기준 중국에서 팔린 애플 디바이스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넘게 감소했다.

아이폰 X [사진 셔터스톡]

아이폰 X [사진 셔터스톡]

4. 애플 불매운동

중국에서 발생한 애플 불매운동은 거시적으로 봤을 땐 미중 무역전쟁 때문이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2018년 12월 초에 터진 '화웨이 사건'.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메이커다. 중국을 대표하는 회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하자 중국 외교부까지 나서서 크게 항의했다. 멍완저우 CFO는 현재 보석으로 조건부 풀려난 상태다.

멍완저우 체포 사건 이후 반미 정서가 확산하자 중국에서는 화웨이 휴대폰 소지자에게 관광지 입장료를 면제해주거나 화웨이 제품 사용 독려 캠페인을 벌이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아이폰 구매자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다.

불매운동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 푸젠성 법원은 구형 아이폰 7종에 대해 판매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애플이 퀄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이유다. 아이폰 6S, 6S플러스, 아이폰7, 7플러스, 아이폰8, 8플러스, 아이폰 X 7개 기종이 수입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중국 1위 스마트폰 메이커 화웨이 [사진 셔터스톡]

중국 1위 스마트폰 메이커 화웨이 [사진 셔터스톡]

5. 로컬 브랜드의 성장

중국에선 이제 화웨이(아너 포함), 오포(OPPO), 비보(vivo), 샤오미 4강 체제가 굳어진 모습이다. 네 업체가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함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했던 애플은 2018년 3분기 기준 점유율 9%대로 5위에 그치고 있다(삼성의 점유율은 1%도 안 된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자국인들을 사로잡았다. 요즘은 고사양에 매력적인 가격대로 인도, 러시아 등 해외 소비자들도 유혹하고 있다.

샤오미 미8 [사진 셔터스톡]

샤오미 미8 [사진 셔터스톡]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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