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펀드 들었다지만 … '저축 편식' 그대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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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이후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 붐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국내 금융 자산은 여전히 저축과 같은 '안전 자산'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자산의 약 3분의 2가 현금과 예.적금에 쏠려 있을 정도로 자산배분의 불균형도 심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강창희 투자교육 연구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한국인들의 안전 자산 선호 경향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이런 성향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처하기 위한 자산증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금에만 매달린다=1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개인 금융자산은 1167조원에 달했다. 현금 및 예금 비중이 58.4%에 달하므로 절반 이상이 은행이나 장롱 속에 잠겨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간접투자인 수익증권(펀드)투자 비중은 6.3%에 불과했다. 직접 투자 자산인 주식.출자금(7.0%), 그리고 채권(4.1%) 투자 비중을 다 합해도 고작 17.4% 정도다. 보험과 연금의 비중(20.9%)에도 못 미친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인들은 적극적인 투자 성향이 뚜렷했다. 38조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의 개인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또는 펀드 등의 투자상품에 들어간 돈은 53.3%에 달한다. 보험과 연금의 비중 역시 30.6%에 달했다. 이에 비해 현찰이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은 전체 금융자산의 8분의 1 (12.8%)에 불과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미국인들은 현금을 생활비나 비상금 정도로 생각해 가급적 보유 비중을 최소화한다"며 "대신 노후 대비 등을 위한 재산 증식 목적으로 펀드 등 장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1509조엔의 금융자산을 지닌 일본인들도 저축 등 안전자산에 매달리는 경향은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주식 및 출자금 비중(11.4%)은 한국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보유 전략 바꿔야=지난해 말 현재 국내 총생산(GDP) 대비 개인 금융자산의 비중은 한국이 144%로 미국(308%), 일본(300%)을 크게 밑돌았다. 한국인들이 금융자산보다는 아파트 등 부동산에 대부분의 돈을 쏟아부은 탓이다. 한국인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83%로 미국(30%)은 물론,일본(74%)보다도 높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저축에 쏠려 있는 자산 비중을 줄이고 펀드 등 직간접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 강 소장은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릴 확률이 높다"며 "과도한 보유세 등으로 부동산 보유가 자산 증식은 커녕 자칫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랜드마크 자산운용 최홍 대표는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거치식 투자보다는 적립식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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