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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CES]빌 게이츠 20년 전 꿈…세탁기가 “통 세척할까요” 묻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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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19 CES 현장 르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1999년 저서『생각의 속도』에서 당시로선 생소한 ‘디지털 홈’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가정에 서버가 구축돼 컴퓨터와 냉장고, TV, 조명 기기 등 각종 가전 기기가 서로 자동으로 이야기해 스스로 작동한다는 오늘날 ‘스마트 홈’의 원형적 모델이다. PC 운영체제(OS) ‘윈도 95’의 대성공 덕분에 세계 시가총액 1위를 꿰찬 MS의 '빅 픽처(큰 그림)'이기도 했다.

삼성·LG전자가 디지털 홈 실현 #AI가 혈압 재고 TV 트는 건 기본 #5G·빅데이터 이용해 인간과 소통

20년 뒤인 2019년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전시회(CES 2019)’에선 빌 게이츠의 이런 구상이 현실이 됐다. 이동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는 5세대 이동통신(5G), 각종 디바이스가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AI),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게 하는 클라우드가 그 지렛대다.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물론 구글ㆍ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거인들이 모두 스마트홈, 스마트 시티에 주목했다.

7일 삼성전자 CES 미디어 대상 사전 컨퍼런스에서 시연자가 삼성봇 케어로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7일 삼성전자 CES 미디어 대상 사전 컨퍼런스에서 시연자가 삼성봇 케어로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번 CES 참가 업체 가운데 가장 넓은 3368㎡(약 1021평)의 부스를 차린 삼성전자의 메인 테마는 ‘삼성 시티’이다. 스마트홈보다 더 큰 개념으로 도시 자체를 '초연결사회'로 진화시킨다는 개념이다.

빌 게이츠 20년 전 스마트홈 구상, 현실로 

특히 삼성이 CES 2019에서 처음 공개한 AI ‘삼성봇 케어’는 실버 세대 건강에 특화된 ‘헬스케어 로봇’으로 설계됐다. 이날 부스에선 삼성봇이 사용자의 혈압ㆍ심박ㆍ호흡ㆍ수면상태 측정뿐 아니라 복용 약까지 관리하는 일종의 ‘AI 주치의’ 역할을 하는 체험(데모)이 가능했다. 옆에 있는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상대로 “스포츠 채널로 돌려줘”라고 말하니 TV 화면은 실제로 스포츠 뉴스로 바뀌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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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는 기자들과 만나 “20년 가까이 스마트 홈 관련 개발을 해 왔지만, 당시엔 스마트 홈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그렇지만 지금 와서 보면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5년이' 전자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5년이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는 빌 게이츠의『생각의 속도』 첫 문장 그대로다. 삼성은 이번 CES에서 애플과의 TV 콘텐트 협업 방안을 발표했다.

김현석 삼성 사장, 게이츠 저서 인용…향후 5년 격변 예고 

LG는 디바이스가 능동적으로 사람에게 각종 제안을 하는 스마트 홈 솔루션 ‘씽큐’를 내놨다. 단순히 AI 비서에게 “세탁기를 돌려줘”를 말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세탁기가 먼저 “세탁을 30차례 넘게 하셨는데 이제 통 세척을 한번 할까요” 같이 직접 제안한다는 점에서 기존 스마트 홈 솔루션과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LG 역시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 자유자재로 연동할 수 있게 스마트 홈 서비스를 설계했다.

박일평 LG전자 CT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조연설에서 로봇 '클로이'와 함께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박일평 LG전자 CT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조연설에서 로봇 '클로이'와 함께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CES 2019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LG의 AI 씽큐는 고객을 이해하도록 '진화'하고, 고객의 삶과 여러 '접점'에서 연결되고, '개방'을 통해 혁신적인 생태계를 열겠다"고 말했다.

아마존-구글, AI 스피커 놓고 물밑경쟁 치열

2년째 CES에 참가하는 구글은 “헤이 구글(Hey Google)”이라는 대형 전광판 광고로 참가자들을 사로잡았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각종 기능(식당 예약, 커피 주문, 환율 계산)을 부스 오픈 전 미리 알렸다.

구글은 올해에도 CES 2019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 도심형 철도(트램)에 '헤이 구글'이라는 문구의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다. 김영민 기자

구글은 올해에도 CES 2019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 도심형 철도(트램)에 '헤이 구글'이라는 문구의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다. 김영민 기자

적용 가능한 디바이스만 1억대를 넘어선 아마존 ‘알렉사’는 올해에도 CES에서 세 과시를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아마존과의 협력 방안을 앞다퉈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3년까지 세계 스마트 홈 시장 규모는 매년 10%씩 성장해 1550억 달러(약 16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비록 게이츠는 2008년 이후 CES에서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대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스마트홈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MS 창업자 빌 게이츠. [중앙포토]

스마트홈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MS 창업자 빌 게이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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