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실천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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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31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핵심은 현 최저임금위원회 단일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인상 구간을 정하면,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독점해온 공익위원 추천권의 분산, 노사 상호 기피인물 배제 등으로 위원회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은 기존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객관성과 타당성을 잃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특히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말만 ‘공익’이지, 실제는 정부에 휘둘려 ‘대변자’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도 결국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가능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과속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속도조절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일단 인정할만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으로 정부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충격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책임이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 폭과 속도는 우리 경제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 명목상으로만 2년 사이 30%가까이 오른데다 주휴수당 강제까지 겹쳐 소상공인과 자영업체는 빈사 상태를 맞고 있다.

아무리 의도가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실제 운용은 다른 문제다. 벌써 노동계는 노사 자율성을 해친다며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는 공정한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노·사·정 동수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과거 같은 소모적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업 종류 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용된 적이 없던 최저임금 결정 재심의를 활성화해 정책 전환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실천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