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절감과 젊은 세대의 편리함을 고려할 때 무인화 바람은 피할 수 없는 대세지만 정보기기 취약자인 노인들이 소외되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구독자 63만명에 이르는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73)씨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영상을 4일 공개했다. 이 영상은 박씨가 한 패스트푸드점에 방문해 무인 주문기(키오스크) 조작을 직접 해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박씨 손녀 김유라(29)씨는 패스트푸드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박씨에게 키오스크 조작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설명을 들은 박씨는 “먹고 싶어도 못 먹겠다” “자존심 상한다” “우리에게 맞지 않은 세상이다”라고 했다.
이후 박씨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키오스크 주문에 도전했다. 그는 주문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주문하시려면 터치하라’는 안내도 찾지 못한 것. “여기 쓰여 있다”는 김씨 도움에도 버튼을 쉽사리 누르지 못했다. ‘이전(단계)’ 등과 같은 안내 버튼은 “손이 안 닿는다”며 까치발을 들고 눌러야 했다.
박씨는 주문을 연이어 실패했다. “안 먹을래”라는 말까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키오스크를 통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한 박씨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 “일하는 사람은 여기에 없냐”며 질문을 계속했다. 차례가 돼 음식을 받았으나 그것도 그가 원하던 게 아니었다. 박씨는 “글씨가 작아 보이지도 않았다”며 “(나는) 먹고 싶어도 못 먹어”라고 했다.
이 영상은 공개 사흘 만인 7일 오후 조회 수 30만회를 넘어섰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 계층에게 배려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도 언젠간 뒤처지는 세대가 될 텐데 실버세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 안내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무 예고 없는 디지털화가 문제인 이유는 노인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