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최소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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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의 신도시건설계획이 그 많은 타당성에 대한 논란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확정되었다. 정부에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장기적 안목을 소홀한 채 지나치게 서둘러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서울 근교의 일산과 분당에 18만 가구의 아파트를 최 단시일 내에 지어대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부동산투기와 아파트 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공급 물량작전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과 계산에 긍정적인 측면을 구태여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서울에 지어온 아파트 총 가구수의 80%에 해당하는 물량을 공급하게 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값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아파트 값 상승과 투기억제 효과와는 달리 신도시 건설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점이 너무도 많은 것은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이 확정된 이상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 급조된 계획이긴 하지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에서 너무 당면문제에 다급한 나머지 졸속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2개의 신도시는 각각 수용인구가 42만명, 30만명에 이르는 작지 않은 도시다. 정부계획으로는 빠르면 내년 말이나 91년 중 입주가 가능토록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기상천외한 구체적 도시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과 1년6개월∼2년 사이에 이만한 도시건설이 가능할지 정부의 성급함에 놀랍다. 아파트 공급에 급급한 나머지 무계획적이고 낭비적인 도시건설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도시건설은 서울강남·상계·월계·과천할 것 없이 성공작이라고 내놓을만한 것이 없다.
지나치게 서두르다가는 제2의 강남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택지 매입부터 시작하여 측량과 도시계획·건설에 소요되는 시간을 어림으로 따져도 정부의 의욕처럼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도시는 건물만 들어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기반시설과 편익시설 등이 빈틈없이 계획되고 들어서야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다. 주택문제, 아파트 값 문제를 핑계로 편의시설 없는 도시를 만들어놓는다면 어떤 이유를 대도 변명이 통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만큼 기본계획을 가지고 전문가의 지혜를 동원, 현대도시다운 도시건설을 거듭 당부한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도시건설은 주택이 우선하고 녹지공간·편익시설·문화시설을 소홀히 했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말아야 한다. 그 다음 우려되는 것은 신도시건설에 따른 교통난 등 수도권 과밀화 현상에 대해 정부에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신도시 흡수인구를 서울의 중산층으로 겨냥하고 있으나 지방인구의 대량유임에 대한 유효 적절한 억제책이 소홀한 것 같다.
행정력이 미덥지 않고 자칫하다가는 서울인구의 실제 이주보다는 신도시가 오히려 투기장화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목동아파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한다. 신도시 입주자 선정문제는 투기꾼·비 실수요자는 철저히 배격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해둔다.
신도시와 서울 중심권의 교통문제도 지하철 신설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과감한 별도계획이 요망된다고 본다. 신도시가 베드타운이 안되게 생활·교육·문화를 충족케 하여 교통인구를 최소화한다지만 서울중심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만큼 서울을 더욱 교통지옥으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수도권의 과밀인구에 대한 중장기정책이 사실상 부재여서 신도시건설 이후도 문제다.
2개 신도시 흡수인구가 70만명이나 되지만 매년 30만명씩 수도권 집중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2∼3년 후면 또 주택난이 지금처럼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무한정 수도권에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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