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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효도사기 논란…부자들은 법 따져 ‘효도계약서’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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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동욱. [뉴스1]

신동욱. [뉴스1]

상속과 증여는 골치 아프고 복잡한 사안이다. 세금이나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상속과 증여, 부양 의무 등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과 분쟁도 빚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것이 효도계약서다. 최근 불거진 배우 신동욱(사진)의 ‘효도 사기’ 논란도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부양·반환 조건 구체적으로 명시 #금융사 유언대용 신탁도 유용 #재산 관리하다 사후에 상속·증여

올해 96세인 신씨의 조부는 효도를 조건으로 손자인 신씨에게 집과 땅을 넘겨줬지만 신씨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고 연인에게 집을 넘긴 뒤 자신을 집에서 쫓아내려 한다며 증여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신씨는 “법적 절차에 따라 물려받았고 조부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문제는 조부가 효도를 전제로 증여했다는 효도계약서를 남기지 않은 데 있다. 증거가 없는 탓에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효도계약서 샘플. [중앙포토]

효도계약서 샘플. [중앙포토]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매년 몇 회 이상 부모 집 방문, 입원비 지급 등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주며 쓰는 계약서다. 민법에 있는 ‘조건부 증여’의 일종이다. 자녀와 손자, 며느리·사위 등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3~4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70대 부친이 증여한 재산을 반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며 관심은 더 커졌다.

곽종규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변호사는 “연세 많은 자산가들이 효도계약서를 쓰고 아파트·상가 등 부동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노인들도 부양 조건을 걸고 집을 물려주려 하면서 효도계약서의 법적 효력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재산은 한번 물려주면 돌려받기 어려운 데다 마땅한 노후 준비 없이 증여를 고민하는 경우에는 효도계약서가 안전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효도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효도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물려준 재산을 돌려줘야 하는 조건도 문구로 세세하게 적어 둬야 한다. 곽 변호사는 “피상속인 생전에는 증여한 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가족 간 갈등 없이 재산을 상속·증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유언대용 신탁이다. 신탁자(유언자)가 보험을 제외한 자산을 맡기면 금융사가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다 사후에는 집행을 책임지는 형태다.

국내에서는 2010년에 출시된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를 시작으로 은행과 증권사의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지난해 유언대용신탁 상담 건수는 330건에 이른다”며 “상당수가 노후에 치매 등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를 염려해 재산을 미리 맡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가 관리부터 유언집행을 맡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비용 부담은 크다. 첫 계약 때 최소 1000만원을 낸 뒤 매년 자산관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재산 규모와 관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금융자산 수수료는 맡긴 금액의 0.3~1%를 떼간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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