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연대파업" 확산 조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창원공단·마산수출자유지역 입주업체들이 임금인상을 둘러싼 쟁의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임금투쟁을 주도하는 「마·창노련」이 투쟁효과의 극대화를 노려 마산·창원지역 61개노조 연대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24일 열린「89임투 결의대회」에서 27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 등 강경대책을 결의하고 나서 최악의 연대파업 사태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사태에 이어 올해 임금투쟁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마·창지역 쟁의상황을 중간 점검한다.

<실태>
한국기계공업의 요람인 창원공단은 2월15일 세신실업이 파업에 돌입한 이후 26일 현재 금성사 창원 1, 2공장과 금성산전 등 럭키금성계열 3개 사업장을 비롯해 한국중공업 등 9개 사업장이 파업중이고 (주)통일·효성중공업 등 14개사가 쟁의발생신고를 해놓고 있다. 세신실업·부산산업기계·태화기계 등 3개사는 직장폐쇄로 근로자들의 파업에 맞서고 있는 상태다.
창원공단내 2백37개 입주업체 가운데 노조가 설립된 79개사 대부분이 5월말까지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짓도록 돼있으나 이들 중 문성실업 등 12개사만 임금협상이 타결돼 앞으로 분규발생업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마산수출자유지역은 71개 입주업체 가운데 26일 신흥화학이 파업에 돌입했으며 쟁의발생신고를 한 14개업체가 10일간의 냉각기간을 넘겨 5월1일을 전후한 연대파업의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마산·창원지역 분규업체의 쟁의발생신고가 4월중순 이후 급증해 냉각기간을 거친 4월말∼5월초 파업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메이데이 파업」설과 관련,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협상난항>
창원공단·마산수출자유지역입주 업체들의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연대투쟁에 힘입은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도 있지만 노사간의 불신과 사용주의 미온적인 협상자세 등이 사태수습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창노련 산하 임투본부의 올해 임금인상 목표액은 창원공단 남자 근로자의 경우 30. 58% (월 7만7천3백73원), 수출자유지역 여성근로자는 34.39% (월 5만9천5백94원).
노조측은 『올해 임금인상요구가 다 받아들여진다 해도 최저생계비 (남자 58만1천7백23원, 여자 35만8천5백64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7일 수출자유지역내 한국 남산업이 노조측 제시안인 기본급 5만9천7백66원 등 인상요구를 전부 수용한 선례를 들어 물러서지 않을 자세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임금인상이 주요 쟁점이었던 지난해 평균 20∼30%를 인상한데다 올해 엔고 등 국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노조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시,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창원공단과 수출자유지역의 각 업체들이 작업환경이나 업종이 다르고 회사에 따라 임금격차가 심한 것도 협상 타결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

<파급영향>
창원공단·수출자유지역 분규 확산으로 이 지역의 생산·수출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창원공단은 올해 생산목표액 (수출 포함)을 5조6천억원으로 잡았으나 금성사·한국중공업 등 9개 사업장의 파업으로 26일 현재생산 차질 4백11억8천여만원, 수출 차질 2천7백61만1천달러에 이르고 있다.
최근 2년간 연40%의 수출 신장률을 보여 황금기를 누린 수출자유지역 입주업체들도 올 들어 수출 신장률이 둔화되고 수출신용장 내도액이 격감추세다. 3월 현재 수출실적은 4억4천7백8만8천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의 증가에 그쳤으며 신용장 내도액은 1억8천5백62만달러로 오히려 5.2% 줄었다.
종업원 1친3백명 규모의 한국TC전자가 작년 하반기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한데다 노사분규를 이유로 4일 폐업해 수지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수출자유지역내 2O여개의 다국적기업이 철수움직임을 보여 또 다른 문제 발생이 우려된다.

<전망>
창원공단·마산수출자유지역의 파업 등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은 관련협력업체의 조업중단 등 파급영향까지 감안하면 현재로서도 큰 손실을 낳고 있으며 확산·장기화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부품을 생산하는 창원공단의 경우 업체들의 파업 및 생산중단은 관련업계의 연쇄파업을 일으켜 자동차생산이 중단되거나 해외 산업실비의 공기(공기)지연 등으로 대외신용·경쟁력을 떨어뜨려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으로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분규가 장기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쟁의형태도 가두폭력시위 양상으로 격화돼 울산 현대중공업에 이은 제2의 공권력 개입으로 노사 양측이 모두 상처를 입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노사 양측의 성의 있는 자세와 이성적 대화만이 문제를 푸는 길일 수밖에 없다.<창원=허상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