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새 강좌 개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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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각 대학이 교과과정 개편문제와 관련, 진통을 겪고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학문적 관심영역 확대 분위기가 교과과정 편성에 반영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고대·연대 등 주요대학 학생들은 최근 교과과정 개편문제 등에 대해 총학생회·대학원자치회 산하 교과과정개편기구를 중심으로 학교측과 협의를 가져왔는데 때로는 집단행동에까지 이르는 등 심각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그 동안 외국의 이론을 들여오는데 급급했던 종전의 교육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 현재의 교과과정이 ▲미국식 방법론에 치우쳐 가속화되는 현대학문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과목 개설이 학생들의 학문적 관심영역 확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전공별 전임교수 비율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등을 거듭 문제점으로 제기해왔다.
이러한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최근의 교과과정개편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대체로 대학당국도 이를 우호적으로 수용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있다.
고대의 경우 지난 87년 총학생회산하 교과과정개선위원회를 발족, 교수들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1학기부터 새로운 강좌를 대폭 개설했다.
대표적 신설강좌로는 ▲제3세계사회론 ▲소득분배론(자본론) ▲한국현대사(해방이후 6.25이전) ▲20세기 서양사 ▲북아시아사 ▲비판 커뮤니케이션론 ▲거시 커뮤니케이션론 ▲광고·홍보·기획보도·방송매체·사진·출판관계강좌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서울대는 경제학과에 정치경제학 전공교수를 충원하는 등 교수전임 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교과과정 개편단위기간을 4년에서 한 학기로 단축했으며 ▲정치경제학 제 이론▲사회학 방법론 연습(자본론)등의 과목을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학과별 교수·학생간담회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 ▲제3세계 커뮤니케이션론 ▲남북한 커뮤니케이션론 ▲비판 커뮤니케이션론 ▲사회과학철학(마르크스 철 학) 등이 신설되었고 정치경제학전공교수가 영입됨에 따라 새 학기부터는 정치경제학 강좌가 개설될 계획이다.
이밖에 동국대 등 서울시내 주요대학과 지방의 일부대학 등이 부분적으로 학생들의 의사를 교과과정에 반영하고있다.
세종대는 지난해 11월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교과과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대폭 새로운 강좌를 신설했다.
당시 총학생회교과과정개편위원회는 『기존의 교양과목이 올바른 현실인식과 비판의식 고취에 도움이 안됐다』면서『현실의 문제점을 주제별로 분류, 실질적인 교양과목을 개설하자는 데 교수·학생들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대학의 교과과정 편성방식을 탈피 ▲개론·입문식 일제의 학문적 잔재를 지양, 주제별로 강좌를 설정하고 ▲특강을 늘려 이해의 심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같은 인식을 기초로 세종대는 ▲변증법의 이해 ▲리얼리즘이란 무엇인가 ▲현대철학의 제 문제 ▲현대경제의 제 문제 ▲노사관계와 노동법 ▲한국경제의 인식 ▲역사란 무엇인가▲기업과 사회 ▲정치와 경제 등의 강좌를 신설했고 이밖에도 특강으로 ▲민족경제론 ▲사회구성체 기초이론 ▲신식민지이론 ▲대학이란 무엇인가 등의 새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세종대의 교과과정 개편은 학내문제와 맞물려 교권침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 가운데 학생측은 개편된 교양과목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신설된 강좌는 전공교수의 절대부족 때문에 대부분 시간강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에대한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신문학과 학생들은 최근의 교수임용사례와 관련, 『학생들의 학문적 관심은 외면하고 구태의연한 교수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학문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많은 학생들의 관심분야 전공자를 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교무처장 안병영교수는 교과과정개편·전임교수 임용문제와 관련, 『교과과정에 학생들의 학문적 관심이 반영되도록 교수·학생 간담회 등을 권장하고있다』며 『다만 교수임용문제는 인력수급계획·공채절차 등 여러 가지 선행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다루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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