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연속…조기 퇴진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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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퇴 표명한 죽하>
「감이 익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신조로 버텨오던「다케시타」(죽하)일본 수상은 집권 2년만에「채 먹지도 못한 채」퇴진할 것 같다.
리크루트 사건 스캔들과 소비세 문제로 만신창이가 된「다케시타」내각의「조기 퇴진설」 은 최근 들어 수상주변인 당 중진들 사이에서 거론되기 시작, 급기야 25일 중 내각 회의 후 정식으로 퇴진의사를 발표했다.
「다케시타」수상이 예상과 달리 이처럼 퇴진을 서두르게 된 것은 리크루트 사건의 악령이 계속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중의원 예산 위에서『이것으로 모두 다 얘기했다』고 자신이 리크루트사로부터 받은 뇌물성 정치헌금 1억5천만엔의 내용을 밝혔음에도 불구, 22일 또다시 87년 수상 선거를 앞두고 5천만엔의 차입금 융자가 리크루트사로부터「다케시타」의 비서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가속화됐다.
「다케시타」자신「도의적 책임」을 내세우며 전모를 공개했다고 국민에게 공언했음에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새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여론은 물론, 자민당내의 지지를 더 이상 얻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정계 소식통은 분석한다.
여기에「이시하라」(석원준) 경제 동우회 대표간사가 경제인을 대표하여 수상의 조기 퇴진을 요구한데다「와타나베」(도변) 정조회장도 퇴진론에 동조하는 등 자민당 정·재계 수뇌진이 모두 그에게 화살을 돌리는 사태에 이르자 참의원선거까지 연명하기가 곤란하리라는 정세판단을「다케시타」스스로 했으리라는 추리도 가능하다.
「다케시타」의 퇴진은 이미 자민당의 소장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나왔으나 조기 퇴임함으로써 예상되는 후계자 물색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감안, 시간을 끌어왔다. 그러나 동경지검 특수부의 정계수사 진전,「나카소네」의 국회증언 거부라는 궁지에 몰리면서 어떤 형대로든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에서「다케시타」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기로 결심한 셈이다.
퇴진시점을「참의원 선거전 예산 성립 후」로 잡은 것은 어쨌든 예산안을 회기안에 통과시켜야한다는 현실적 필요와「예산 성립」을 계기로 반전을 꾀하자는 전략도 숨어있다.
29일부터 시작되는 황금 연휴 전까지 수상의 사의표명과 교환조건으로 야당의 협조를 요청, 야당 각당과 당수회담을 통해 정국 경색을 물자는 의도가 그 첫째 이유다.「가네마루」 (금구) 전 부수상 등「다케시타」파 간부들도 이 의견에 동조, 『조기퇴진이 불가피한 대세인 이상 7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까지 시간을 버는게 득책』이라는 현실론이다.
또 하나 24일「아베」(안배)파의 한 장로가 말한 대로「기시」(안) 정권 때 같은 대 역전 드라마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기시」 내각은 60년 안보투쟁시기에 위기에 몰려 있다가 일단 안보조약의 성립과 동시에 깨끗이 퇴진하면서 반년 후의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을 가져온 전례를 본받아「예산 성립」과 함께 퇴진하는게 좋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참의원 선거전」이라고 해도 ▲29일부터의 아세안 순방 이후 ▲89년도 예산성립과 동시 ▲참의원 개선 의원의 임기가 끝나는 7월9일 이후로 퇴진시점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다케시타」자신이 퇴진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정국 돌파의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다케시타」사임후의 후계자 문제도 만만치 않다.「다케시타」수상은『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물려받을 그릇이 없지 않은가』고 누누이 말한 것도 리크루트 사건으로 초토화된 자민당내의 인물난을 반영한다.
그러나 리크루트의「더러운 돈」을 받지 않은 유일한 정치인「이토」(이동정의) 총무회장과 야당 수뇌들과 친분이 두텁고「다케시타」의 후견인이기도한「가네마루」전 부수상이 유력시 되고있다.
이처럼「다케시타」수상의 조기퇴진의사 발표와 함께 일본 정국이 급진전하리라는 예상을 감안하면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시기로 잡혀있는 5월말의 시점은 여러 가지로 모양이 안 좋다. 전혀 영향력이 없는 정권후기의 레임덕과 이렇다할 현안없이 방일연기 가능성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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