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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 주장이 얼마나 엄청났던지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 17일자 타임지의「과학난」은 서두를 극적인 표현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미국 유타 대학의 물리학자「폰스」와 영국 사우샘턴 대학의「플레이시만」이라는 교수가 연필심 크기의 금속 조각과 자동차 배터리, 그리고「쥐꼬리만한 예산」을 가지고 핵융합에 성공한 사실을 이렇게 보도한 것이다.
이들은 바닷물을 시험관에 담아 그 속에서 일동 수소와 삼중 수소를 융합하는데 성공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이 경우의 핵융합이란 인공태양에 비유할 수 있다. 가령 원자력 발전은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핵 폐기물이나 방사능같은 치명적인 공해물질도 함께 뱉어낸다. 그러나 중수소 융합에서 생기는 에너지는 태양처럼 깨끗한 열과 헬륨가스만 방출한다. 전혀 무해하다.
만일 이것이 본격적으로 성공해 실용되면 꿈같은 세상이 벌어진다. 지금 지구에서 소모하는 에너지 규모로 향후 10억년 동안 뒤집어쓰고도 남을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장치도 간단하다. 집집마다 고추장 단지 만한 핵융합 시설만 갖추면 전기가 펑펑 쏟아져 나온다.
중수소는 1갤런의 값이 고작 10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중수소 0·5t만 있으면 1년간1백만km 용량의 발전기를 돌릴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가 말처럼 쉬울 수는 없다. 지금까지 연구돼온 핵융합은 이론적으로 섭씨 5천만도 내지 1억 도의 초고온 상태가 적어도 1천분의1초 이상 지속돼야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물체는 벌써 2천도만 돼도 녹아버리고 만다. 그 온도의 1만 배, 10만 배나 되는 온도에서 남아날 물체는 없다.
두 학자들은 그것을 자력으로 붙잡아 두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바로 초전도 현상 원리의 응용이다.
「폰스」교수 팀은 이와는 달리 콜드 퓨전(cold fusipn) 방식, 그러니까 일상의 상온에서 핵융합을 시도한 것이다. 요즘 우리 나라 과기원과 한국 화학연구소의 학자들도 그것에 성공했다.
이런 실험들은 과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아직 체험을 했을 뿐 이론을 세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의 실마리는 발견한 셈이다. 과학자들의 분발에 지구 생존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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