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마련이 최고의 복지대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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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시가 2월부터 추진해 온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노숙인 지원은 쉼터나 무료 식사 제공 등 응급구호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숙→쉼터 입소→재노숙'의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 서울시의 새 사업은 노숙인에게 다가구 임대주택을 싼 월세로 제공하면서 정식 일자리까지 알선하고 있다. 자활의지를 다질 때까지 노숙인의 일당 5만원 가운데 절반을 보조해 준다.

아직은 일자리라고 해야 대개 월 100만원 정도의 단순노동이다. 일자리도 종로 업그레이드나 뉴타운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사업과 관련된 민간건설 현장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자포자기나 무단이탈 등 중도에 포기하는 노숙인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400여 명의 노숙인이 이 사업에 참여해 211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성실성을 인정받아 월 160만~180만원의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도 많다. 지금은 노숙인들 스스로 "토.일요일에도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할 정도라고 한다. 한시바삐 가족과 합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자립의지야말로 빈곤의 늪에서 탈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노력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돌려줘야 노숙인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유도할 수 있다. 퍼주기나 시혜적 방식으로는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 무료 숙식이 오히려 노숙인과 빈곤층의 자활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나도 일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대상에서 탈락돼 노숙자나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서울시의 일자리 갖기 사업은 이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새로운 실험이다.

정부가 분배나 복지대책을 세울 때 참고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리는 서울시의 일자리 갖기 사업이 보다 오래 지속되고 좀 더 확대됐으면 한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대책이라는 점을 눈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