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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자 문제 … 종교계 적극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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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으로 보호관찰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년 수많은 범법자가 법원.검찰이 부여한 특정조건 아래서 지역사회에 나와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약 10만 명의 범법자가 교정시설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 이 중 52%인 약 5만1000명이 보호관찰의 감시 아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범죄자다. 모두가 보호관찰 규정을 준수할 것을 기대하지만 이들이 향유하는 자유의 범위는 일반 시민이 누리는 정도와 비슷하다. 그래서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어떻게 보호.감시되느냐는 시민 안전에 영향을 준다. 더욱이 감시체제의 효과는 지역사회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호관찰은 범법자들이 구치소.교도소를 나오는 카드가 돼서는 안 된다.

보호관찰은 사법체계의 주요한 지역사회 중심 형벌이다. 경찰, 법원, 종교단체, 지역사회와 이웃집단, 사회 유지들은 시민 안전과 범법자 교화를 위해 협력체제를 유지해 효과적인 중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 운영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보호관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전문인력, 예산, 서비스 철학, 이론적 모델이다. 그러나 우리 프로그램은 이런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용돼 왔다. 영국의 경우 약 20만 명의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를 위해 1만5700명의 보호관찰관이 있다. 연간 예산 지원은 2조원가량이나 된다. 우리는 약 5만1000명의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를 위해 겨우 658명의 보호관찰 관련 공무원이 있을 뿐이다. 정부 예산도 320억원에 불과하다. 보호관찰요원 한 명이 담당하는 관리 대상자가 영국에선 13명 정도인데 반해 우리는 200~300명이다. 우리 보호관찰제도는 이같이 근본적으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운영돼 왔다. 그 결과 통제 지향적인 관리에만 의존했고,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했던 이해.격려.존중의 자세로 타인을 수용하는 '처우 기법'은 적용될 수 없었다.

선진국 보호관찰제도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브로큰 윈도(Broken Window)' 모델이다. 창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오라는 뜻이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을 지도 감독하는 데 있어 사무실 요새화 방식에서 벗어나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관찰.감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호관찰요원 한 명이 200~300명을 관리하기 때문에 사무실 요새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특별관리가 필요한 감호소 가출소 보호관찰 대상자들까지 적절한 감시체제를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박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한 것도 법무 당국이 기본 요건 충족 없이 보호관찰제도를 무리하게 운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 프로그램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었던 사회문제를 종교가 나서 사랑을 나누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불교.개신교.천주교에 속한 종교시설은 10만 개 이상일 것이다. 종교시설마다 한 사람의 범죄자와 자매결연을 맺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돕는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그러면 지역사회에서 감독받고 있는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사회복귀와 사회적응 능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교화사업은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다.

정우식 서강대 교수 한국교정보호포럼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