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조국, 국회 출석" 지시에 여야, '김용균법'등 줄줄이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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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조국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참석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종양 인터폴 총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달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인터폴 총재로 선출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종양 인터폴 총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달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인터폴 총재로 선출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조국 수석의 운영위 참석과 김용균법 처리가 맞물려 있어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이런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수석이 “잠시 후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다”고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회동 전에 내 뜻을 전해달라”고 지시했다. 한 수석은 곧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의 일반 운영위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이던 2003년 국회에 세 차례 출석한 적 있지만 당시 문 수석은 국정감사 증인 신분이었다.

2003년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 자격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2003년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 자격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약 인사검증 등의 사안이었다면 결코 출석할 수 없지만 민정수석실 운영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국회 출석이 결정됐다”며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김용균법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조 수석의 국회출석에 대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며 “최소치는 김용균법이고, 여야 협상을 통해 더 얻을 수 있다면 유치원 3법, 대법관 표결 처리, 민생 법안 등이 모두 거론됐다”고 전했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국 민정수석, 김의겸 대변인,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국 민정수석, 김의겸 대변인,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조 수석의 국회 출석 시나리오는 없었고, 출석을 검토하더라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조 수석 본인도 피고발인 신분이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묵비권을 행사할 뜻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전화를 무단으로 압수한 독수독과(毒樹毒果ㆍ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를 주장하지만 본인의 동의 서명이 존재한다”며 “이밖에 한국당이 ‘블랙리스트’라고 지칭한 환경부 문건에 대해서도 결국 한국당이 스스로 발목을 찍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 문건이 민정에 보고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대상자들에 대한 조치도 전혀 없었다. 진짜 블랙리스트였다면 이랬겠느냐”고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결정을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뒤에도 이를 보안에 부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치적 결단을 했으면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홍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 때서야 관련 언급을 했다.

합의가 나온 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밤부터 조 수석의 출석과 관련한 어느정도의 진전이 있었다.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는 내 설득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를 마치고 열린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보고 묵살 의혹을 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를 마치고 열린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보고 묵살 의혹을 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운영위 문제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의 출석으로 합의되면서 여야는 이날 김용균법 처리를 비롯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6개 비상설특위 연장,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줄줄이 합의했다. 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으로 불거진 정보위원장직을 둘러싼 야당간의 갈등도 위원장직을 바른미래당에 양보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유치원 3법’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패스트트랙 처리 절차를 밟게 됐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해당 법안은 일정 기간(최장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또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계획서는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강태화ㆍ김경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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