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확대, 탈원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최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공개된 이후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그 중심에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있다. 과연 에너지 전환은 이들의 발전 비중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다면 완성되는 것일까?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에너지원별 비중 조정 중심으로 이어져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현명히 풀어나갈 수 없다. 특히 양쪽 진영의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한다면 논쟁은 결코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키워드는 기술혁신과 산업경쟁력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가격에 사회적 비용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지 못해 에너지 시장에서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비중의 전환은 시장 기능을 정상화해 ‘수요와 공급의 조화’와 ‘에너지 소비 효율 개선’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 ‘에너지 믹스’로의 자연스러운 변화이어야 한다. 즉, 전력·가스·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 공급의 최적화가 이루어지면서 에너지 절약을 넘어 에너지 소비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소비 구조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발전비중은 그 변화의 결과일 뿐이다.

모든 에너지원별 역할을 재정립하고 기술혁신에 중점을 두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때 통합적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력부문에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석탄 발전의 이산화탄소(CO2) 포집 저장기술 등 오염물질 저감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가교(架橋) 에너지 역할을 하는 가스발전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터빈기술의 종속에서 벗어나 한국형 터빈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미 확보된 원전 기술 이외에 원전 해체 및 사용 후 핵연료 처분과 관련한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경우 기술혁신형 공공구매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 R&D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산업 환경을 조성, 기술혁신을 통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것)를 조기에 달성하는 것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안보도 신경 쓸 부분이다. 석유와 가스의 공급선 다변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고, 전통에너지의 생산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대체연료 자동차 개발,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 증대, CO2·미세먼지 배출 감축도 병행돼야 한다.

산업 정책에 대한 논의 없이 석탄 및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얼마나 줄이고 신재생 발전의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를 논쟁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이제는 기술혁신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과제들을 어떻게 돌파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