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 캐릭터’ 도쿄 도심 진격…카카오 해외 1호점 2000명 인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2일 카카오프렌즈 도쿄점 개점을 기다리는 현지 소비자들. 2000명 이상이 건물을 에워싸고 꼬불꼬불 줄을 서서 개점을 기다렸다. [뉴시스]

22일 카카오프렌즈 도쿄점 개점을 기다리는 현지 소비자들. 2000명 이상이 건물을 에워싸고 꼬불꼬불 줄을 서서 개점을 기다렸다. [뉴시스]

겨울비가 종일 추적추적 내렸던 22일 ‘도쿄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패션 중심지 오모테산도(表参道)가 ‘캐릭터 한류’로 들썩들썩댔다.

카카오 ‘도쿄 샹젤리제’에 낸 매장 #“손님 예상 2배” 하루 만에 완판 #설빙·이니스프리·방탄 매장… #한국 기업들 도쿄 한인타운 넘어 #패션 핫 플레이스서 잇단 도전장

“오전에 비해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는 오후 3시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은 여전했다. 줄 선 손님 대부분은 우산 속에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90% 이상은 여성들로 “기다려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좋다”고 했다.

한국산 캐릭터 브랜드 ‘카카오프렌즈’가 오모테산도 거리에 개장한 첫 글로벌 매장에 몰려든 인파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어피치(APEACH)’를 전면에 내세운 ‘어피치 오모테산도’와 ‘스튜디오 카카오프렌즈’ 매장이다. 서울의 청담동에 비견될 만큼 유명한 패션 거리 오모테산도의 2개 건물 3개층 총 150평 규모다. 어피치를 소재로 한 각종 디자인·생활 용품을 파는 굿즈 매장과 카페가 함께 입주한 ‘어피치 오모테산도’에 들어가려는 손님들이 특히 많았다.

개장시간(오전 11시) 3시간 전부터 몰려든 고객들은 23일 하루에만 2000명이 넘었다. 어피치 모양의 대형 쿠션은 준비했던 물량이 모두 판매됐고, 일본 ‘덤보도너츠’와 함께 만든 ‘어피치 도너스’ 역시 완판됐다.

카카오톡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일본에서 어떻게 카카오톡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유명하게 된 걸까. 카카오IX의 일본 담당 리더인 이민지씨는 “한국의 아이돌을 좋아하는 일본인 팬들이 아이돌 멤버들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그들이 좋아하는 카카오캐릭터를 접하고 빠져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팔리는 캐릭터 상품은 도쿄 매장 한정 상품이 많다. 그래서인지 ‘스튜디오 카카오프렌즈’ 매장에 1시간 정도 머물며 살펴보니 고객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중국에서 온 아시아 다국적군이었다.

카카오프렌즈 도쿄점에서 완판된 ‘어피치’ 캐릭터 인형들. 개점 첫날 준비해 둔 인형류는 거의 대부분 매진됐다. [뉴시스]

카카오프렌즈 도쿄점에서 완판된 ‘어피치’ 캐릭터 인형들. 개점 첫날 준비해 둔 인형류는 거의 대부분 매진됐다. [뉴시스]

캐릭터의 나라 일본, 특히 ‘일본 트렌드의 심장’이라는 오모테산도에서의 도전 첫날 성과에 카카오IX 측은 고무된 분위기다.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 넘는 손님들이 와 주셨다. 준비한 상품들이 동나고, 종업원들이 전혀 쉬지 못했지만 너무 감사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일본 도쿄에서의 한류 붐은 ‘한류 1번지’로 불리는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 지역이 견인해 왔다. 그런데 카카오프렌즈처럼 코리아 타운이 아닌 도쿄 중심지에서 승부를 걸어 보겠다는 움직임이 최근 몇년 사이에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젊은이의 거리’로 불리는 하라주쿠(原宿), 고가 명품점이 즐비한 아오야마(靑山) 등 인근 지역까지 합쳐 ‘오모테산도 지구’로 분류되는 곳에서 도전장을 내는 매장이 많아졌다.

2016년 6월 하라주쿠역 주변에 빙수 카페 ‘설빙’이 문을 열었을 때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이라는 도쿄의 디저트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다. 화장품 업체인 이니스프리는 올 3월 오모테산도에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4월엔 하라주쿠의 상징인 다케시타(竹下)거리에 2호점을 열었다. 22일에도 발디딜 틈조차 없는 다케시타 거리에서 많은 고객이 이니스프리 매장을 찾았다.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품을 파는 매장도 최근에 하라주쿠역 주변에 들어섰다. 지난 3월엔 국내에서 ‘강다니엘 에디션’으로 화제를 모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LAP KOREA(랩코리아)의 하라주쿠 매장도 오픈했다.

또 신오쿠보를 비롯한 도쿄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식 아메리칸 치즈 핫도그’ 를 맛볼 수 있는 판매대도 하라주쿠에서 만날 수 있다.

카카오IX 측 관계자는 “기왕에 여는 첫 매장이라면 도쿄를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에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도전 속에서 도쿄의 한류 영토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