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녹실회의' 되살린 홍남기, 최저임금 수정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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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3일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관계 장관 비공식 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재계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대해 부분 수정 여부를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현장에서 문제 제기가 많아 홍 부총리가 관계부처 장관들과 이를 함께 논의해 보고자는 취지”라며 “어떤 결론을 내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진솔하게 얘기를 하면서 부처 간 견해차를 줄여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종 결론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여했다.

핵심 안건은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실제로는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주휴 시간)을 포함하느냐다.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인상하는 바람에 내년에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 시간도 최저임금을 주는 근로시간에 포함하면 실제 최저임금은 그보다 약 20% 높은 1만20원이 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17개 경영계 단체는 지난 17일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한다며 강력히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입법 예고해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쳤기 때문에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열린 회의는 홍 부총리가 취임 후 부활시킨 녹실(綠室)회의의 두번째 자리다. 녹실회의는 1960년대 경제부총리가 관계 부처 장관들을 수시로 소집해 경제 현안을 비공식적으로 조율하던 모임이다. 회의 장소인 부총리 집무실 옆 소회의실의 카펫과 가구 색상이 녹색이어서 녹실회의라는 별칭이 붙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참석하지 않는 게 홍 부총리가 되살린 다른 비공식 회의인 ‘서별관회의’와 다른 점이다.

정부는 이날 비공식 회의를 거쳐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행일은 내년 1월1일이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홍 부총리 주재로 비공식회의를 열어 경제팀 전체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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