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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목사"구속되고 싶지 않다"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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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순 노모 공항 출영>김포공항
○…문 목사 귀국 환영 준비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 문 목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이우정 교수는 당국에 연행되지 않았는데 일반인들과 섞여 나온 이 교수에게 보도진들이 몰리자 자신은 문 목사의 귀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다고 주장.
이 교수는 『개인적인 일로 일본에 갔다가 공교롭게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일 뿐』이라며『어젯밤에 문 목사를 일본에서 만나기는 했으나 조용히 얘기도 나눌 수 없었다』고 설명.
한편 문 목사와 함께 내·외신기자 수십명이 이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기내에서 취재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문 목사가 연행되는 과정이 몹시 혼잡했었다고 한 탑승자가 전언.
○…이날 공항에는 경찰이 출입자들에게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지나치게 세심한 검문·검색을 펴 출영 등을 위해 나온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특히 문 목사가 도착하는 국제선 구 청사 출입문과 승·하차장 등에 집중적으로 병력을 배치, 소속회사 등의 확실한 신분증제시가 없으면 주민등록증 소지자마저도 청사에 들여보내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오전11시가 지나 출입자들이 계속 늘자 여권을 소지한 여행객 이외에는 일체의 출영객을 입장시키지 않았다.
○…문 목사 도착 직전인 낮12시쯤 박형규 목사가 경찰의 검문·검색 망을 뚫고 국제선 구 청사 3층에 나타나자 문 목사 가족 등 환영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영.
박 목사는 80년9월 자신이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안기부에 강제 연행됐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문 목사가 갈 길을 9년 전 내가 먼저 다 닦아 놨었다』며 농담조로 가족들을 위안.
박 목사는 또『집 주위에 경찰이 어젯밤부터 배치돼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박했다』며『청사 입구에서 주민등록증만 보여주고 들어왔는데 경찰이 잡지 않더라』면서 은근히 허술한 경찰 망을 비꼬기도.
○…문 목사 가족 등이 이날 오후1시15분쯤『집으로 돌아간다』며 대합실을 빠져 나와 문동환 부총재의 차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문 목사 환영단 중1명이 기자들에게 『문 목사를 빨갱이로 몰고있다』라고 말하자 주위에 있던 탑승객이『그럼 문 목사가 빨갱이가 아니냔 말이냐』라고 외쳐 심한 말싸움을 벌이기도.
○…재향군인회 회원1백50여명은 오전11시쯤부터 공항 입구 육교 등에 「호국영령 영전에서 다함께 반성하자」는 등의 플래카드와 피킷을 들고 문 목사의 방북 항의시위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문 목사 연행차량이 낮12시45분쯤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급히 통과하는 바람에 시위는 무산.
이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20여분간 머뭇거리다 해산하기도.
○…문익환 목사의 노모 김신묵씨(94)와 부인 박용길씨(69), 강남 호근씨(43) 등 3명은 문 목사의 동생인 문동환 평민당 부총재의 승용차를 타고 오전11시 자택을 출발, 공항으로 떠났다.
가족들은『공항에만 나갈 뿐 연세대 환영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귀가하겠다』 고 말했다.<이재학·김석현 기자>

<특별 출구 통해 탑승>동경
○…문익환 목사와 유원호씨는 13일 오전7시50분 숙소인 동경 긴자(은좌) 도부 호텔을 출발, 9시20분쯤 나리타(성전)공항 1층 특별 출구를 통해 노스웨스트 여객기(NW61)에 탑승했다.
환송 나온 정경모씨에 따르면 문 목사 일행은 서울에서 영접 차 나온 여성단체 연합회의 이우정씨와 함께「나카지마」(중도)(일본 기독교 연합회 총무간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문 목사 일행은 북한 방문을 반대하는 재일 민단 측의 시위가 있다는 소식에 충돌을 우려, 취재기자들의 눈에도 띄지 않고 공항 경찰의 안내를 받아 특별 탑승구를 통해 먼저 비행기에 올랐다.
또 문 목사와 유씨는『지난12일 밤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잤다. 귀국을 앞둔 심정은 담담하다』고 말한 것으로 정씨는 전했다.
○…이날 문 목사가 탑승하기로 예정된 노스웨스트의 탐승수속 카운터 주변에는 일본 경시청 경호 경찰과 공항 경찰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일반 승객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검문검색을 했다.
한편 문 목사가 탑승한 노스웨스트 61기에는 문 목사와 동행 취재하려는 한국·일본 취재진 20여명이 동승했다.
○…문 목사는 13일 귀국에 앞서 12일 오후 주일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귀국 성명을 발표.
타이프용지 4장정도의 성명서는 북한 방문 길에 올랐던 문 목사 및 정경모·유원호씨가 합의한 사항을 정씨가 정리했다고 배경을 성명했다.
○…문 목사는 성명발표에 이어 가진 회견에서 공동성명 내용이 지난5일 회견 때보다 많이 약화된 것 아니냐며 그 예로「북과 남의 이념과 문화가 너무나 달라 가슴에 타오르는 열정만으로 그 차이를 해소하거나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는 대목을 지적하자『그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귀국 즉시 구속됨으로써 통일의 길이 다시 막히는 것을 바라지 않을 뿐』이라며 구속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해 강조.
○…문 목사와 동석한 정경모씨는 기자회견 도중『이번 북한 방문이 한국의 국익을 해쳤다고 보는가』고 반문하고 자신은 4·2공동성명이 앞으로 북한의 행동에 제약을 주리라는 점에서 7·4공동 성명보다 훨씬 진전된 것이라고 자평.
정씨는 또『북 쪽도 독재, 남쪽도 독재라는 말을 하는데 1930년대에 벌써 독립운동을 한 김일성과 한국의 친일적 지도자들과 한자리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고 자신의 역사관을 털어놓았다.
○…문 목사는 한국 기자들과 만나기에 앞서 동경시내 외신기자 클럽에서 내외신 기자 1백여명과도 1시간40분에 걸쳐 기자회견을 가졌다.【동경=방인철 특파원】

<여야, 강공 여파 주시>정가·재야
문익환 목사가 귀국 즉시 구속되자 여야는 그 파문을 주시하면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들이다.
문씨 구속에 이어 정부의 강경한 좌경 척결 방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정국에는 한냉 기류가 흐르는데 여야 정치권은 사태를 정치권내에서 처리하기 위해 영수회담을 모색하는 등 화전 두 갈래 분위기가 교차되고 있다.
○…문익환 목사 방북 이후 지도부 구속 등으로 서리를 맞고있는 전민련은 13일 일단 공항으로 환영단을 파견하는 한편 연세대에서「평양방문 보고 및 환영대회」강행을 시도하는 등 정부측과 정면대결 태세.
전민련은 그러나 정부의 전면적 탄압구실을 주지 않고 또 대중성 확보를 위해 공항 환영단을 3백명 규모로 축소했으며 연세대 집회를 포함, 대회가 원천봉쇄 될 경우에도 화염병 등을 일체 사용치 않는 비폭력 시위를 하기로 결정.
환영위는 문씨가 공항에서 곧바로 연행됨에 따라 이날 집회를 연행 규탄대회로 성격을 전환하는 한편 앞으로 1주일간 전국 각 지역별로 농민·노동자·종교·교육단체와 합동으로 석방 촉구 및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조현욱·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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