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차이 심각…연방제「통일」불가피"|문 목사, 재일 한인목사들과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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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방인철 특파원】 문익환 목사는 11일 오후 동경시내 한국YMCA회관에서 한국인목사 9명과 북한방문의 성과에 대해 1시간30분에 걸쳐 토론을 가졌다.
가와사키교회 이인하 목사 등 도쿄·요코하마 지역에서 활동하고있는 한국인목사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날 토론에서 목사들은 문 목사의 이번 북한방문이 오히려 통일논의에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는지, 또 문 목사가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는 가운데 이견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특히 동행한 유원호씨도 말문을 열어『이번 방문 때 고향인 신의주에 가고 싶었으며 고향에 교회를 세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갖고 갔다. 귀국 후 있을 일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져야할 십자가로 생각한다』고 담담히 심정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토론의 요지.
-통일에 대한 염원은 잘 알겠다. 김일성 유일체제가 무너진 다음에라야 진정한 통일이 되리라고 보는데….
▲남과 북의 제도와 이념의 차이가 생각보다 더 멀고 심각하다는 것을 이번 방문에서 느꼈다. 그래서 연방제만이 통일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일성이 물러난 다음에는 상당히 긴 과도기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일의 길도 멀어진다. 김일성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통일을 이루려고 열망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이 있는 동안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문 목사는 지금까지 민중의 한을 대변해왔다고 보는데 북한에서 민중과도 대화를 했는지….
▲북쪽에 민중이 있느냐 없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해 없다. 남북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민주제도에서 말하는 교회는 없다. 어용교회 뿐이다. 그러나 서로 접촉하는 가운데 서로 얻는게 있다고 본다.
공동성명발표를 보면 북한의 주장과 문 목사의 주장이 열거되어있는데 이는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김일성 주석이 민주와 통일은 하나라고 했을때 나는 그건 70년대식이고 80년대는 민주·통일과 함께 자주가 하나라고 얘기했다.
그쪽이 생각하는 민주의 개념은 다르다. 우리의 민주개념이 「민중에 의한」 (by the people) 「민중의」 (of the people)라는 뜻이라면 그쪽은 철저하게 「민중을 위한」 (for the people)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중차원에서 얘기했다고 했는데 김일성이 만든 기구 아닌가. 문 목사보다 김일성이 권모술수면에서 몇 백 배 위에 있다고 보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남과 북의 거리가 더 멀다.(문 목사는 한참 생각한 뒤) 그렇다고 손을 안 쓸 수 있는가. 벌어지는 만큼 통일의 열망은 더 뜨겁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부도 「체제연합」이란 통일방안을 구상했다. 그게 바로 연방제 아닌가.
-북한방문 때 민중을 만났는가.
▲일가친척들을 만났다. 확실히 지독한 통제경제 사회라고 느꼈다. 한사람이 1년에 세켤레 신발을 신는다고 하면 한가족 5명이면 15켤레밖에 배급을 안 해준다. 네켤레 신고싶은 사람은 부자유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과 남의 다른 체제를 서로 강요할 수 없지 않은가. 서로 교류하다보면 아들·손자 때쯤 가서 장벽이 무너질 것이다.
-유물론자와 유심론자가 어떻게 한자리에서 대화할 수 있느냐는 얘기도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해 평양에 있는 기독자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육체와 영혼이 하나다. 어떻게 대립·갈등할 수 있는가. 나는 이 같은 2원론을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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