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불안 일대쇄신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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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설>
점점 불안감이 더해 가는 경제를 놓고 행정 당국은 물론 최고 통치자에서부터 온 국민이 걱정과 이해를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는 12일 노태우 대통령 주재 하에 정부 각 부처장관, 여·야당 정책위의장, 경제·금융계·농어민·근로자·소비자 대표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사회 균형 발전을 위한 확대회의를 가졌다.
지난 87년 6·29선언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는 격심한 변화의 격랑을 겪고 있으며 그 속에서 경제도 안으로는 민주화 추세에 따른 욕구분출과 밖으로 개방·국제화의 수용이라는 도전속에 전환 국면을 맞아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기보다는 불만과 갈등은 각 계층에서 계속 확산돼 문제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 온 점이 적지 않다.
경제부문만 해도 인플레 기대심리가 좀처럼 불식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로 인한 계층간 위화감 확대, 농민들의 소득 보상적 욕구 증폭을 경험하고 있으며 일부 계층에서는 과소비현상마저 심화돼 가는 것이 작금의 실상이다.
여기에 경제전반이 조정국면으로 진입, 산업생산 부진·수출 둔화현상이 나타나는 속에 각계 각층의 불신과 갈등이 가세해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 경제 상황이다.
정부가 경제 종합 대책을 이 시점에 내놓게된 것도 이와 같은 위기 의식을 배경으로 분위기를 일대 쇄신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의 경기침체 현상도 과거처럼 단순히 내수 진작 책이나 재정투자의 조기 집행 등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누적되어 온 구조적 모순이 크고 근본적인 치유없이 섣불리 경기 부양책을 쓸 경우 자칫 인플레만 불러올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제시된 대처 방안도 부동산 투기억제·조세 형평성 제고와 농어촌 등 낙후 부문의 지원을 통해 경제의 공정성 확보, 형평·균형증진을 위한 구조 조정을 모색하고 동시에 노사분규·대외통상 마찰 등 당면 경제 현안해결을 서두름으로써 지속적 성장을 이룩한다는 것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첩된 이러한 경제 현안들이 상황인식과 방향 제시로만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6공화국들어서만도 6차5개년 계획수정 작업, 8·10경제 종합대책, 선진화합 경제 대책 등 이번과 비슷한 정책구도를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경제현안은 더욱 누적돼 가는 사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데는 최근의 경제 여건이 순수히 경제만으로는 풀 수없이 정치· 사회문제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나 정책집행 당국의 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된 탓도 크다.
더구나 국민 거의가 상대적 피해의식 속에서 자기 이해에만 집착하는 상황에선 실타래를 풀듯 눈앞에 놓인 문제부터 해결해 효과를 가시화해 줄 필요가 크다.
최근의 경제정책이 전체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함으로써『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책의 수립·조정 과정에서 정부 부처내 정부와 여당간 이해 대립으로 정책자체가 굴절되는 상황을 없애야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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