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금실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어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인데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철수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나"라며 그의 처벌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宋교수가 '김철수'로 확인되더라도 남북관계 때문에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지 우려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康장관의 발언은 그가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의 최고 책임자이자 일반적인 사건에 관해선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宋교수에 대해선 현재 국가정보원이 그가 문제의 김철수와 동일인물인지, 과거 독일 유학생에게 입북을 권유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 조사가 끝나면 검찰로 송치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검사가 기소 또는 공소보류 결정을, 그렇지 않을 경우엔 무혐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처리 방향을 미리 언급했으니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여론 떠보기용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물론 宋교수 스스로 '김철수'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데다 조사도 끝나지 않았다. 또 康장관 말대로 남북 고위 인사들의 왕래가 빈번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 절차에 따른 남북 교류와 우리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친북활동을 한 것을 동일선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북 교류.화해와 나라를 배반하고 공산화를 위해 협조한 간첩이나 체제 위협 사범을 눈감아 주는 것은 전혀 별개다. 이들까지 선처하자는 말은 우리의 체제를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 정부가 반국가사범에 대해선 통일 후에도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법무부 장관에겐 체제 위협 사범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체제 위협 사범들에 대해선 더욱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가 우리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