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불법…흑색선전·돈 봉투 난무 |동해시 재선거 갈수록 혼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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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의원재선거가 실시될 동해시가 불법과 타락이 난무하는「탁해」가 되어버렸다.
후보자 전원이 강원도 선관위에 의해 불법선거운동으로 춘천지검에 고발당하는 전대 미문의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각 후보들은 그 같은 고발조치에『선거법이 잘못됐다』고 코방귀를 뀌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특히 초반의 우열이 종반을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고 전세가 혼미상태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흑색선전이 등장하고 「현찰박치기」가 성행하는 등 50년대 식 선거가 자행되고 있으며 외지에서 온 1천여 명 (선관위 추계) 의 운동원들은 곳곳을 휘저으며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
이처럼 선거가 타락으로 흐르게된 이유는 몇몇 정당이 이번 선거를 「축소판 중평」이라고 뗘들어 대며 총공세를 펴는 데다 각 정당의 인기가 걸리자 각 후보나 정당들은 정치이슈의 제기보다 가장 손쉬운 물량공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선거일 공고직후 나돌아>
후보들의 물량공세는 대체로 유권자 20∼30여명을 모아놓고 돈 봉투를 돌리거나 동네 등을 찾아다니며 하이타이·비누·수건·컵 세트 등을 돌리는 방법으로 진행.
특이한 것은 보통의 선거 때는 선거 전날쯤에 돈 봉투가 돌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일 공고 직후부터 돈 봉투가 횡행한다는 것.
그것도 모자라 시내 한 문방구점에는 지난 7일 두 명의 입후보자로부터 각각 5천장씩의 흰 봉투 주문을 받아 놓았다고 밝히고 있어 선거직전이 되면 「봉투홍수사태」까지도 일어날 전망.
더욱이 각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돌리다보니 인플레현상까지 일어나 보통 3만원 짜리가 돌고 있는데 1만원 짜리는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 됐다는 소문.
이처럼 봉투를 돌린다는 소문이 나자 어떤 후보의 사무실에는 대학생임을 자처하는 청년 몇 명이 찾아와 『일을 해줄 테니 일당 3만원씩을 달라』고 요구까지 했다는 것.
선물공세는 지역성을 감안한 탓인지 하이타이·비누·수건·컵 세트 등 주로 생필품을 많이 돌리고 있는데 지난 7일 오후에는 시내 사문동에서 한 후보측이 나누어주는 하이타이를 받으려는 한 할머니가 넘어져 17바늘을 꿰매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술집과 식당도 흥청거려 어달동의 30∼40개에 이르는 횟집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데 워낙 단체손님이 많다보니 일반손님에겐 평소의 서비스 안주차례가 오지 않는다고 시민들이 불평.
실제로 모 당의 한 운동원은 혼자서 식사를 하러 음식점에가 매운탕을 시켰는데 1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이를 항의하자 다른 단체손님이 시킨 매운탕 한 그릇을 퍼다주며『돈은 안 받을 테니 밥값만 내고 나가라』고 했다는 것.

<건물 벽마다 선전물 도배>
선관위가 각 후보들의 불법선거운동을 고발하면서 고발사유로 밝힌 불법선전벽보·가두방송·유사기관 개실 등은 이제 동해시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
동해시 건물 벽마다·선전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고 고발사유로 지적됐던 요란한 음악과 쉰 목소리의 가두방송 차량은 여전히 시내곳곳을 누비고 있는 상태.
선거운동유사사무실 역시 남보란 듯 버젓이 간판을 걸어놓고 그대로 쓰고 있는데 혹시 폐쇄라도 하면 위축됐다는 모습을 보일까봐 인지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그대로 사용할 태세.
실제로 선관위발표에 따르면 불법 선전벽보의 경우 민정 1천2백 장, 민주2천6백60 장, 평민1천1백 장, 공화 3백장, 무소속 1천장이고 불법 현수막 민주 14개, 평민1개. 또 선거운동 유사기관 개설은 민정이 3, 민주가 2, 평민이 2개며 가두방송 차량은 평민이 2대, 민주·공화·무소속이 각각 1대.

<"선거법 개정 시급" 강조>
도 선관위의 고발조치에 대해 각 후보들은 반성은 커녕 『지키지 못할 선거법이 문제』라는 반응.
평민당의 김숙원 후보를 지원키 위해 동해에 내려온 김대중 총재도 9일 기자들과 만나『지금 선거법대로 하면 아무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선거법개정이 시급함을 강조.
특히 평민·민주·공화·무소속후보들은 선관위가 벽보·가두방송·유사사무실개설로 국한해 고발한 것은 물품공세·금품살포 등 공공연한 타락상을 묵인·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적반하장 식 반응.
현지에 독려 차 내려온 이종찬 민정당 사무총장은 선거법위반사례가 없도록 하라고 민정당 후보운동원들에게 특별지시 했다는 후문이나 다른 당에선 민정당 측 물량공세를 집중 비난하는 실정.

<종반전 아이디어 속출>
선거운동은 아직도 민정의 홍희표·민주의 이관형 후보가 앞서 있다고 분석되는 가운데 평민의 김숙원·공화의 이홍섭·무소속의 지일웅 후보가 뒤따르는 양상인데 종반전으로 가다보니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
민정당은 「거머리작전」을 구사, 지난 7일 서울에서 급파된 15명의 의원들과 현지인력이 조를 편성, 동별로 가가호호를 방문, 득표활동.
평민당은 「DDD작전」이란 색다른 방법을 동원, 호남에 있는 사람들이 동해 현지에 살고있는 친척·친구·동창·군 동기 등 친분 있는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표를 호소.
민주당은 「간판작전」이란 것을 쓰고있는데 청문회 스타인 김동주·노무현 의원 등 당의 간판스타들을 시장 등지로 보내 득표활동.
공화당은 10일 김종필 총재의 시국강연을 통해 「좌충우돌작전」을 구사, 현재의 사회혼란이 여당의 실정과 다른 야당의 무책임에 있음을 부각시킴으로써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동해시=이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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