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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로 서울 집값에 직격탄? "1·2기 신도시만 잡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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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서울 집값을 잡는 데 결정타가 될 수 있을 겁니다."(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

19일 정부 '3기 신도시' 2차계획 발표 #세제·대출 규제 이어 공급 확대 #서울 외곽 공급과잉 현상 우려도 #서울 도심 공급 부족 우려는 계속

19일 정부의 ‘3기 신도시’ 2차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도권 주택 시장의 안정 흐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존의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에 이어 대규모 물량 공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현재 수도권 주택 시장은 하락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이 11월 중순 약세로 돌아선 뒤 5주 연속 내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14일 기준) 서울·1~2기 신도시·경기·인천 지역의 아파트 값이 4년 6개월여 만에 전부 하락하기도 했다. 집값이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마디로 꽁꽁 얼어 붙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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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규모 공급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주택 가격의 하강 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오늘 정부는 서울 시내와 인접한 외곽(중소규모 37곳·신도시급 4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수도권 주택 시장에 강력한 '공급 신호'를 보냈다"며 "집값 안정세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겨울방학 이사철이 시작되는 1월이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작용도 우려된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경우 집값 안정을 넘어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2006년 피크에 집을 샀다가 세계금융 위기 등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큰 고통을 받았던 것과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로 지어질 신도시들과 가까이 있는 지역의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신도시 4곳 중 인천계양의 경우 검단과 청라, 송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하남과 남양주 역시 대기 중인 입주 물량이 많아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신도시 조성 사업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표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남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지으려 했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중도 포기한 전력이 있어 우려는 증폭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는 해당 지역의 주민과 유기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며 "신도시 개발 방향에 대한 다양한 우려(노후 주거지 공동화 현상·신도시 빨대효과·주거지 과밀화·낮은 택지보상가 등)를 봉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이번 대책 발표가 집값 하락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신도시들의 경우 건설 단계를 끝내고 입주할 때까지 7년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서울 자체의 주택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오늘 서울 시내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개발 계획도 나왔지만, 큰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을 활성화하는 등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뜩이나 현재 서울 시내의 주택 공급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1~10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대비 46.2% 감소했다. 10월만 보면 무려 63%나 줄었다. 또 서울의 올해 1~10월 주택 분양 승인 실적은 48.5% 떨어졌다. 10월만 떼면 83.7%나 쪼그라들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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