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의 선순환 구조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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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기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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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의 투 트랙(two track)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인기 많은 국가대표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스포츠 붐업에 기여합니다. 이를 본 아이들이 생활체육 시스템을 통해 운동을 따라 하면 좋은 선수로 성장합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투 트랙론’ #엘리트 선수 급감하는 한국 체육 #고령화 대비·일자리 창출 효과도

이기흥(63·사진) 대한체육회장은 2018년 한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했다. 새해 벽두부터 평창 겨울올림픽을 치렀다. 러시아 월드컵을 거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선수단을 파견했다. 남북 체육 교류의 물꼬가 트이면서 평양에도 두 차례 다녀왔다.

이 회장은 아시안게임을 예로 들며 향후 체육회가 추진할 대한민국 스포츠 경쟁력 강화 방안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우리 선수단은 200개 정도의 메달 획득을 목표로 했고, 실제로 177개를 가져왔다”며 “당초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이용대(배드민턴)·박태환(수영)·장미란(역도) 등 국제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따냈던 ‘월드 클래스’ 선수의 대체자원을 발굴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9개, 은 58개, 동 70개를 땄다. 금메달 75개(은 56개, 동 74개)의 일본에 2위를 내주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3위로 내려앉았다. 대회 직후 ‘소수 정예의 엘리트 육성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엘리트 자원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나마 운동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축구·야구·농구 등 프로 스포츠를 선호한다. 비인기 종목은 존폐의 갈림길에 내몰린 상황”이라며 “국민이 취미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동네 공공스포츠클럽을 통해 자연스레 스포츠의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육회는 현재 전국 76개소인 공공스포츠클럽을 2022년까지 전국 시·군·구에 모두 만들어 222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학교 운동장과 체육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고, 공공스포츠클럽을 인근 학교 학생에게 개방하는 ‘융·복합형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독일형 공공스포츠클럽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우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훈련 전문성도 단계 별로 나눠 운영하다가 재능 있는 아이들은 전문반으로 보내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전북)남원스포츠클럽에서 복싱 국가대표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의지와 시스템이 받쳐주면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공공스포츠클럽 활성화가 재능있는 지도자의 양성과 젊은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원보다 체육 관련 시설을 늘리는 게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합리적인 결정이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아 욕을 먹더라도 꾸준히 이 방향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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