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産 방망이에 태극마크 새겨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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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가 붙은 미제 방망이, 일본에서 찾아온 방송팀, 그리고 외야 관중석부터 채우는 광주 야구팬….

23일 광주에서 열렸던 기아-삼성전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이승엽(삼성)이었다.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까지 두개를 남겨놓은 그의 홈런 소식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었다.

이승엽의 방망이부터 특별했다. 이승엽은 즐겨 사용하는 미국제 '징거'배트 10여자루를 이날 미국에서 항공택배로 받았다.

그런데 이승엽의 영문 이름과 등번호 36번이 선명하게 찍힌 새 방망이에는 손잡이 부분에 엄지 손가락 두개 정도 크기의 태극마크까지 붙어 있었다.

최근 신기록 도전 소식이 미국까지 전해지면서 제작사가 응원 차원에서 붙인 것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부심으로 아시아 기록을 넘어서라는 격려의 메시지였다.

이승엽을 취재하려는 기자들도 1백명에 육박하면서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국내 신문.방송에다 일본 방송사도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일본 도쿄방송(TBS)은 경기 두시간 전부터 광주구장에서 이승엽과 한국 야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를 했다.

광주팬들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23일 광주구장에는 9천8백64명의 관중이 입장, 지난 4월 개막전 만원관중(1만4천6백명) 이후 시즌 둘째로 많은 관중이 몰렸다.

물론 라이벌인 삼성과의 2위 싸움이라는 사실도 관중을 끌어모은 큰 이유였지만 경기 한시간 전 이미 오른쪽 외야 관중석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한 것은 분명 왼손타자 이승엽의 홈런포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형 그물망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상대팀 선수인 이승엽이 나오면 기아 선수를 응원하듯 일어서서 "홈런~"을 일제히 외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내팀, 네팀'이 따로 없었다.

광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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