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종범이야"…번개처럼 400도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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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람의 아들'인가.

이종범(기아)이 '4백-7백 클럽'의 두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종범은 24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도루에 성공했다. 1993년 프로데뷔 이후 정확히 4백번째 도루다.

이종범은 이어 3번타자 장성호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아 통산 7백득점도 함께 기록했다. 도루 4백개 이상과 7백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국내 프로야구 22년 역사에 현대 전준호(23일 현재 4백30도루.9백11득점)뿐이다. 전준호의 기록이 대단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이종범의 기록이 더 대단하다.

이종범은 전준호(91년 프로 데뷔)보다 2년 늦게 프로에 뛰어들었고, 97년 시즌 이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로 이적, 3년 반을 일본에서 뛰었다. 그리고 2001년 후반기에 기아로 'U턴'했다. 전준호보다 약 5년 반을 적게 뛴 셈이다. 이종범이 그 기간 동안 국내에서 뛰었다면 더 많은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이종범은 상승세 기아의 리더이자 공격의 시발점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뒤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실패를 거울로 삼고 두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솔선수범하는 그를 보며 후배들이 따라왔다. 대 놓고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고 몸으로 보여주는 그가 기아 선수단의 정신적인 지주가 된 것은 물론이다.

후반기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선두 현대를 위협하고 있는 기아 돌풍은 '1번타자' 이종범에게서 시작된다. 홈런과 도루에 고루 능한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펼치지도, 마냥 도망가지도 못하고 쩔쩔매기 일쑤다.

그는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 지난해 단 한명도 없었던 20-20 클럽(홈런.도루 각각 20개 이상)을 부활시켰다. 그가 국내 최고의 호타준족임을 입증해주는 기록이다.

이종범의 1번타자 기질은 최다안타부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종범은 지난 23일 현재 박한이(삼성)와 함께 1백59개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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