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장수가 축복이라고요? 노후빈곤 떠올려 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서명수

서명수

사람 수명 100세를 말하는 세상이다. 물론 평균 수명이 100세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전례 없는 장수 시대를 누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 장수를 누구는 ‘위험’으로,  누구는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위험의 관점은 노후준비가 부족해 은퇴생활로 접어들었을 때 돈이 없어 쩔절매며 오래 사는 ‘노후빈곤’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66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은 2013년 기준 49.6%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6%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의 50%미만 계층(월 81만원)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안 해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장수가 축복이라는 입장은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인생2막을 살면서 현역 때는 꿈도 못 꿨던 자아의 실현, 취미생활과 여행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그것. 장수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든 현역 시절 은퇴를 하고 나서 30, 40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두가지 관점 중 노후준비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건 어느 쪽일까.

프레이밍 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프레임에 따라 이를 이해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사건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유리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어도 “반 밖에 남지 않았네”라고도, 아니면 “반이나 남았구나”라는 두 가지 시각이 엇갈리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고통을 피하려하는 묘한 심리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손실회피심리’라고 부른다. 손실로 인해 받는 심적 고통을 똑같은 정도의 이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두 배 정도 크게 느낀다는 실증연구도 있다.

프레이밍 효과에 손실회피심리가 작용하면 노후준비에 적극 나설 수 있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지 않으면 노후빈곤에 허덕일 미래에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가난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장수의 긍정적 관점을 압도해 열심히 저축하게 만들 수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