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눈 앞에서 놓친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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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신민준 9단 ○퉁멍청 6단

4보(50~69)=우하귀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신민준 9단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63으로 우상 쪽에 돌을 붙였다. 퉁멍청 6단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64로 곧장 늘었는데 이는 느슨한 대응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백의 우하가 두텁기 때문에 '참고도' 백1로 젖히는 것이 훨씬 좋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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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1로 젖혔을 때 흑이 할 수 있는 최강의 반발은 흑10, 흑12로 백 모양을 무너뜨리는 정도다. 하지만 백15로 단수쳐서 흑을 몰아가는 공격이 기분 좋게 성립한다. 이 때문에 흑은 우변 집을 백에 고스란히 내어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참고도

참고도

'참고도' 진행을 계속해서 살펴보면 이후 백27, 29, 31 수순이 좋아 장문이 성립하기 때문에 거대한 흑돌이 꼼짝없이 백의 손아귀로 들어오게 된다. A는 언제나 절대 선수로 작용하는 자리. 순식간에 백이 우변을 초토화하고 엄청난 실리를 챙겨 앞서나가는 그림이다.

이렇듯 통쾌한 반격이 되고도 남았을 법한 자리였건만, 퉁멍청은 아쉽게도 눈앞에서 기회를 놓쳤다. 그 대가로 실전에선 65로 우상귀에서 엉덩이를 한 대 얻어맞고, 67로 우하귀에서 두점머리를 얻어맞았다. 쏠쏠한 실리도 빼앗기고 기세에서도 눌린 꼴이다.

이와 달리 흑은 손바람이 절로 나는 기분 좋은 진행이다. 다음 착점 위치를 고르는 신민준 9단의 눈빛에선 생기가 넘쳐 흐른다. 이 바둑 왠지, 흑의 기운이 좋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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