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스타] 트리니다드 골키퍼 히즐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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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골을 넣을 수 없는 날 같았다. 우리의 득점 기회는 많았지만 날카로움이 부족했던 반면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골키퍼 샤카 히즐롭은 눈부신 선방을 했다."(스웨덴 라예르베크 감독)

"우리는 도저히 네트 안으로 공을 차 넣을 수 없었다. 상대편 골키퍼는 훌륭했고 팀 전체가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스웨덴 스트라이커 이브라히모비치)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11일 B조 첫 경기에서 스웨덴과 0-0으로 비긴 것은 독일 월드컵 초반 '최대의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스웨덴은 1958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준우승하는 등 지금까지 11차례 본선 무대를 밟은 북유럽의 강호인 반면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이번이 월드컵 첫 출전이다. 더구나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후반 초반 수비수 에이버리 존이 퇴장당해 10명이 싸워야 했다. 슈팅 수(6-18), 코너킥 수(1-8)에서 크게 뒤진 일방적인 경기였다.

히즐롭은 전반 40분 스웨덴의 미드필더 빌헬름손이 날린 위협적인 20m 중거리슛을 쳐낸 데 이어 2분 뒤에는 이브라히모비치의 하프 발리슛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경기 종료 직전 알베크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실점하지 않는 등 그의 선방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1m93㎝, 91㎏의 건장한 체격인 히즐롭은 6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95년부터 잉글랜드의 뉴캐슬.웨스트햄.포츠머스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 넘게 활약해 온 관록의 선수다. 잉글랜드의 21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뛴 적이 있지만 부모가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이어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허락을 받아 99년부터 '아버지의 조국'을 위해 뛰어 왔다. 경기 뒤 히즐롭은 "꿈이 실현된 밤이다. 감동적이다. 우리의 활약은 이제부터다"고 말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16일 잉글랜드, 21일 파라과이 등과 경기를 치러야 한다. 파라과이의 자책골로 겨우 1-0으로 이긴 잉글랜드나, 첫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파라과이가 히즐롭의 '거미손'에 고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 트리니다드 토바고는=남미 대륙 북동쪽 베네수엘라 인근의 작은 섬나라다. 트리니다드와 토바고 두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인구 130만 명. 63년 FIFA에 가입했고 66년 첫 예선전에 출전했지만 그동안 본선과 인연이 없었다. 북중미에 배정된 티켓이 3장에서 3.5장으로 늘면서 지역 최종 예선에서 미국.과테말라에 잇따라 지고도 막판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아시아 4위 바레인을 물리치고 본선 티켓을 따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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