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실 강의'에 울분 터뜨린 공대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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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실력보다 정치력으로 강의를 맡은 명예교수, 20년도 넘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노교수, 강의 내용을 잘 모르는 젊은 교수, 결강이 잦은 겸임교수. 공학한림원이 최근 마련한 '차세대 리더 공학교육 토론회'에 참석한 엘리트 공대생들이 털어놓은 우리 공대 교육의 슬픈 자화상이다.

모든 공대 교수가 이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참담하기 그지없다.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공대 교육을 부실하게 하면서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이것은 교수사회의 연공서열 문화 때문이다. 강의 평가를 한다지만 유명무실하다고 학생들은 주장한다. 같은 대학.학과 출신 교수들이 많아지니까 실력 없는 원로교수들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능한 젊은 교수들은 서열에 밀려 전공 아닌 과목을 맡기도 하고, 새로운 학문을 가르치려 해도 쉽지 않다. 그러니 학생들은 "학문의 역동성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한다. 이런 모습은 공대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대학의 뿌리 깊은 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은 해결책으로 미국 대학과 같은 교수 평가 공개를 요구하지만 대학은 '월권행위'라며 거부한다고 한다. 대학 교육이 이렇게 계속되는 한 학생.대학은 물론 기업.국가 경쟁력에도 큰 손실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정당한 주장에 귀 기울여 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대학 내 신뢰를 높이고 교육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말로만 교수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평가제도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