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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어깨 무거운 제1야당 원내대표, 국민에 희망을 제시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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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4선 나경원 의원이 선출됐다. 이번 경선은 김영우·유기준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이 “계파의 벽을 실감했다”며 중도 사퇴할 만큼 친·비박계가 당내 주도권을 놓고 혈투를 벌이는 양상으로 치러졌다. 그런 만큼 나 신임 원내대표의 어깨는 두 배로 무겁다. 어려운 민생경제 상황에서 희망의 어젠다를 제시할 책무에다 경선 과정에서 노골화된 계파갈등을 종식시켜 당을 하나로 만들어야 할 내부 과제까지 떠안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의석 112석의 거대 제1야당이다. 그러나 덩치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국민은 찾기 힘들다. 국민들이 집권세력에 등을 돌리면서도 한국당에는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1년 반 내내 정부 하는 일에 반대만 외쳤을 뿐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세비 인상, 소선거구제 유지 등 자신들 밥그릇이 걸린 문제는 집권당과 ‘야합’해 기득권을 사수하는 구태도 여전하다. 나 신임 원내대표는 탄핵으로 정권을 내주고 ‘폐족’으로 전락했으면서도 여전히 나태하고 탐욕스러운 ‘웰빙정당’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당이 국회에서 선명한 정책 대안과 생산성을 겸비한 수권정당으로 위상을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막무가내식 반대는 해답이 아니다. 정권의 실정을 따끔하게 비판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해야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의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게 ‘자연 법칙’이다. 그러나 그것만 믿고 할 일을 제쳐둔 채 반사이익만 노리는 야당엔 반사이익이 가지 않는다. 지금 하는 식이라면 정권 재창출은커녕 내후년 총선도 참패할 게 뻔하다. 나 원내대표는 비장한 각오로 당을 이끌어 지리멸렬한 보수정당의 면모를 일신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