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파경 재결합 못하나|문 목사 여진 휘말린3야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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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년 간 민주화추진에 크게 기여해 온 야3당 공조체제가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평민·민주당이 중평보류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을 연줄, 균열상태에 빠진 야3당 공조체제는 문익환씨 방북문제로 이념문제가 개재되면서 더욱 골을 깊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평관계가 향후 집권구도와 관련된 야권 내 주도권다툼의 성격이 강했던데 비해 문씨 건은 당 색깔차이에 의한 균열 상으로 비쳐 양자간에는 쉽게 재 화합 할 가망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 평민·김영삼 민주당총재간의 해묵은 불신과 의혹이 최근의 사태로 한층 악화되어 적어도 앞으로 「정치적 공조체제」 의 복원은 기대하기 어렵고 정책적인 공조체체 만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3야당의 총무나 정책의장들간에 국회운영일정이나 법안처리 등을 위한 실무회담은 열리겠지만 3김 총재가 만나 웃음 띤 얼굴로 악수하고 정국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30일 아침 총리·안기부장·통일원장관이 야3당총재를 초청, 상당기간 문씨 건에 대한 정부측입장을 설명키로 추진해 우연하게나마 3김씨 회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나마 3김씨가 서로 다른 속셈에서 거부해 무산시킨 것만 봐도 오늘의 야3당 3김씨 간의 관계가 잘 드러난다.
특히 평민·민주당이 사사건건 상대방의 허물을 물어뜯어 그들은 이미 여당과의 투쟁이 아니라 같은 야당끼리의 내전상태에 들어간 느낌이다. 양쪽 모두 야3당 공조체제는 『도장 찍는 일만 남은 별거상태』 라고 분석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된 데는 야권 내 집권구도에 따른 정국주도권다툼, 그에 맞물린 여권 내 권력 암투 의 상승작용, 그리고 재야와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야3당간의 균열은 중평문제를 놓고 본격화됐고 청와대 밀약 설이 야권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10일의 노태우-김대중 회담에서 의견접근을 보인 중간평가 연기가 그대로 실현 됐을뿐 아니라 중평연기이후 민정당에 의해 추진된 5공 청산 문제에 있어서도「전·최씨 비공개 국회증언」이나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의 직선」 문제 등 노-김 회담에서 김대중 총재가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그대로 채택되자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게됐다.
더욱이 때아닌 김복동씨의 외신기자회견 내용이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평민당의 입장과 맞아떨어져 고위 막후 타결 설을 부채질했고 연정 운운하는 소문 등은 가뜩이나 노-김대중 회담에서 밀약이 있었던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는 민주당의소외감을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 김복동씨의 외신회견파문이후 평민·민주당이 보인 반응을 보면 이 같은 정가의 소문을 뒷받침해주는 구석이 없지 않다.
평민당 측은 김씨의 회견형식이나 김씨의 자격문제에 대해서는 김 총재 이하 어느 당직자도 가타부타 일언반구를 회피한 채 「중평연기」 「광주 책임자퇴진」 이라는 회견내용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동환 수석 부총재 같은 이는『회견내용은 제쳐놓고 김씨가 그 같은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거의 두드러기라도 돋는 듯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인사중 모모인사의 임명이 그들의 작품이라는 등 주요당직자들이 일제히 원색적인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측이 이 같은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게 된 것은 민정당이 평민·공화당과 합작함으로써 지역적·계층적 기반이 비슷한 민주당을 고사시키려는 작전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김영삼 없는 정치는 있을 수 없다」 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운영에 있어 비협조적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평연기발표이후 5공 청산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평민당이나 공화당 측의 제의를 대변인 공식논평이라는 다소 격에 맞지 않는 형식으로 일축해버렸는가 하면 『1노3김 아닌 3노1김』 운운하며 민정· 평민·공화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심지어 김영삼 총재가 직접 최형우 총무에게 『당분간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말라』고 지시, 총무회담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렇듯 3야당간, 특히 평민·민주당간의 주도권싸움이 본격화되고있는 시점에서 문씨 방북사건이 터지자 이를 계기로 야3당간의 정국운영에 대한 견해차이는 이념문제까지 얽혀 더욱 심화됐다.
평민당 측이 재야와 여론사이를 오가며 대체로 문씨를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자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는 3O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 목사는 방북 활동에 대해 책임을 지라』며『어떤 형태의 통일도 좋다는 주장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고 했다.
이에 대해 평민당 측은 그 같은 김 민주당총재의 회견내용을 『보수로 회귀하는 것』 이라며 중평정국당시의 민주당 태도에 냉소를 보내는 논평을 했다.
이같이 평민·민주당이 이전투구화 하는 갈등 속에서 공화당의 입장은 묘한 수순을 밟아왔다.
보수본당이라는 색깔답게 중평문제에 있어서는 평민당쪽 줄에 섬으로써 연기 라는 작품을 이끌어내는데 일조 했고 문씨 건에 있어서는 확실한 선을 그으며 정부의 무분별한 대 접근 정책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 쪽과 생각을 같이하고있다..
그러나 공화당으로서는 스스로의 영역이 야3당 공조를 전제로 할 때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 평민·민주당간의 싸움질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다만 장기적 안목에서 평민과 민주가 서로 치고 받으면서 상처만 입게되면 나머지 한 야당으로서 이미지에서 얻는 부분이 많다는 계산아래 싸움을 말리는데 소극적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평민당 역시 하고싶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평을 둘러싸고 연기라는 눈앞의 목표를 위해 누구와 타협했던 간에 여권 쪽이 전열을 정비하고 나면 또다시 어떡하든 다른 두 야당을 토닥거려 나가야만 제1야당의 존재가치를 최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26총선이후 줄곧 제2야당으로서 「둘째의 설움」을 겪어야했던 민주당은 야3당 공조체제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결정한 것 같다. 겉으로는 같은 야당의 동렬에 서있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와도 협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야3당 공조체제는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삼륜차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삼륜의 크기가 각기 달라 굴러가기 힘든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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