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고통분담 요구하는 인기없는 경제정책 펼 용기 필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기획재정부 내부망에 올린 이임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퇴임한 김 부총리는 만 34년 공직생활을 마쳤다. [연합뉴스]

김 부총리는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중심이 서야 나온다"면서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라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며 "기득권을 허물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정치권이 중심이 돼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가진 경제주체와 사회지도층의 희생과 양보가 절실하다"면서 "언론, 노조, 대기업, 지식인들도 동참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봤다.

그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시장은 스스로 사전 대비를 할 수 있다"며 "투자, 고용, 위험부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년 6개월간 우리 경제와 민생만 보고 일했다"면서 "정부 내 의견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있었지만 제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준거 틀이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많이 늘지 못했고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며 "실직의 공포와 구직난에 맞닥뜨린 근로자와 청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자영업자, 나아지지 않는 경영성과에 늘 걱정하는 기업인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통스럽겠지만 모두가 마음과 힘을 합쳐 구조개혁에 매진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총리는 이임사를 끝으로 퇴임해 만 34년 공직생활을 마쳤다. 후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개시하며 11일 취임식을 연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